평화의 섬과 ‘쓰나미’
평화의 섬과 ‘쓰나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27일은 매우 특별한 날이다.

이날 노무현대통령의 서명으로 제주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공식 지정되기 때문이다.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곳은 더러 있으나 국가차원에서 지정된 곳은 제주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그러니 그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평화를 매개로 한 산업, 즉 '평화산업'이 조심스럽게 거론될 정도다.

그러나 '평화산업'이라는 용어 자체가 우리에게 낯선 만큼 세계 평화의 섬 지정에 따른 구체적 기대치가 쉽사리 손에 잡히질 않는다.

지정 만으론 선언적 의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평화의 섬 지정에 따른 정부의 기대감은 우리의 그것에 크게 못 미치는 것 같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현실인식에다 제주가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의 중심에 놓여있다는 점이 보태져 동북아의 평화를 논의할 장소로서 제주를 주목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제주가 일정부분 역할을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지, 또 다른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평화의 섬 관련 예산이 평화센터 건립, 평화포럼 개최 등 상징적인 사업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제주도의 기대감은 자못 크다.

평화를 브랜드로 삼겠다는 당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브랜드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해 국제자유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세계에 각인 시킬 경우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 브랜드화가 쉽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지금 이와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국제자유도시가 그 좋은 예다. 우리는 제주가 국제자유도시가 외치고 있지만, 세계는 고사하고 국내에서마저 이를 인정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왜 일까.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턱없이 모자랐지만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다.

'우리가 정녕 국제자유도시의 시민인가'라고 자문하면 그 답은 금방 나온다.

세계 평화의 섬으로 세계를 감동시키려면 우리 스스로 평화에 흠뻑 빠져들어야 한다.

평화를 소중한 정신적 자산으로 여기고, 이를 체현(體現)해야 한다.

가까운 예로 남아시아의 '쓰나미'로 고통 받는 그곳 현지인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이번 지진으로 동시대를 사는 지구촌의 수십만명이 한꺼번에 희생됐다. 하루 아침에 모든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된 어린이, 자식을 잃은 부모 등등.

가슴 아픈 사연들은 사건발생 한 달을 넘겼으나 여전히 지구촌을 슬픔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우리 상당수는 '남의 일이니깐...'하면서 무덤덤해 한다. 남아시아가 지리적으로 멀어서인지, 고통을 나누는데 인색한 편이다.

세계 평화의 섬 시민이라면 이래선 안 된다.

세계 평화의 섬은 누군가의 선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글로벌한 사고, 세계인과 함께 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 또한 평화를 체현하는 모습 등이 지극히 자연스러울 때 제주는 정녕 평화의 섬이 된다.

더불어 이러한 마음과 노력이 전제돼야 제주는 세계 평화의 섬으로 우뚝 설 수 있고, 국제자유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지원으로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열린 사회를 만들려는 도민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세계를 향해 활짝 열려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마인드가 제주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