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방송으로 제주어에 새 생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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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 계간문예 <다층> 주간/시인
비행기가 제주 상공에 도착할 즈음이면 몸도 마음도 긴 여정에서 풀려나는 듯하여 노곤해진다. 이맘 때 문득 어느 새 귀에 낯설게 되어버린 제주어가 들려온다. ‘잘 갑써, 또 보게마씀’으로 끝나는 제주어 방송은 낯설다기보다는 신선하게 들려온다. 어쩌면 내 모태에서부터 들어온 정겹고 구수한 우리 고향 말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잊혀져가는 제주어에 대한 향수의 깊이가 깊어서 그런가. 만약에 내가 제주 사람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이제는 제주에 왔구나’ 하는 여행을 실감했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 1월 제주에서는 낮고 작은 수군거림들이 있었다. 제주어가 인도의 코로(Koro)어와 함께 유네스코 ‘소멸 위기 언어 레드북’ 홈페이지에 등재됐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이에 따르면 제주어는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critically endangered language)로 등재됐다는 것이다. 1단계는 ‘취약한 언어’, 2단계는 ‘분명한 위기에 처한 언어’, 3단계는 ‘심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이며 마지막 5단계는 ‘소멸한 언어’라고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우리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수도 있다. 어차피 언어라고 하는 것이 세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다른 언어와의 경쟁에서 사용되지 않는 언어는 도태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가슴 속에 고향 하나씩은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제주어는 우리 제주사람들의 가슴 속에 언제나 푸근함을 느끼게 해주는 고향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젊은 세대로 올수록 점점 더 사용을 회피하다보니 어느 새 심각한 소멸 위기란다.

한 동안 국가 차원으로 각 지역의 사투리들을 없애려 시도한 적이 있다. 어쩌면 사투리로 말미암아 지역감정이 조장된다는 근시안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사투리가 우리말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투리가 우리말의 근간이라는 사실은 조금만 생각하면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표준어도 사투리 중에서 그 대표적인 말들을 모아서 우리말을 만든 것이라는 점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지역의 사투리가 지역의 정서와 문화를 만드는 힘이란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이 오기 전부터 우리 제주어를 보존하려는 작은 움직임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학술적으로 제주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노력과 해마다 교육청에서 개최하는 사투리 경연대회 뿐만 아니라, 제주어로 시를 쓰는 양전형 시인과 고훈식 시인, 황금녀 시인들이 있고, 제주어로 대중가요를 만들어 부르는 가수 양정원 씨와 뚜럼브라더스가 있고, 제주어로 오랜 세월 ‘돌하르방 어드레 감수광’ 코너 방송을 진행해 온 양기훈 씨 등도 있다. 이에 덧붙여 스마트폰 용 제주사투리 어플 계발이나, 제주공항에서 제주기점 노선 제주 도착시에 제주어로 기내방송을 하는 것은 또 새로운 시도인 동시에 시의 적절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젊은이들에게 이미 화석화되어가는 제주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비관적인 전망은 미뤄두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야 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새삼스럽게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떠오른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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