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달’ 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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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主日)에 노는 기독교 문화가 정착되기 전에 우리나라 전통적 휴일 구조는 꽤 합리적이었다.

1. 3. 5월등 홀수 달에는 그 홀수가 겹치는 날을 명절로 삼고, 2. 4. 6월등 짝수 달에는 그달 보름날을 명절로 삼아 놀았다.

이를 테면 홀수가 겹친 1월1일은 설날이요, 3월3일은 삼짇날이며, 5월5일은 단오, 7월7일은 칠석, 9월9일은 중양(重陽)이다.

우리 옛 조상들은 홀수가 겹치는 이들 명절을 적선(積善)의 기회로 삼았다.

▲짝수 달인 2월 보름은 고려시대까지 만해도 연등날인데, 이후 4월15일로 연등날이 옮겨지고 2월 초하루를 일꾼의 날, 즉 노동절로 삼아 일꾼들에게 향응을 베풀고 놀게 했다.

6월 보름은 유두요, 8월 보름은 추석이며, 10월 보름은 하원(下元)이다.

11월 휴일은 동지, 12월은 납일(臘日)로 다른 달과 같은 휴일 원칙에서 예외이긴 하나, 한달에 한번 논다는 데는 다를 것이 없다.

여기에 상원(上元. 정월 대보름). 입춘. 한식 등 시후(時候) 명절이 끼여, 공식 휴일 수는 연간 15일 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정 공휴일은 설과 추석 연휴, 4대 국경일을 포함해 17일로 우리 조상들의 공휴일 수와 비슷하다.

세계의 공휴일을 분류해보면 종교성 휴일과 기념성 휴일로 대별되는데 종교성 휴일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기념성 휴일은 우리나라, 일본, 미국에 편중되어 있다.

종교성 휴일의 대표적인 것은 부활절 연휴와 크리스마스 연휴 등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연휴를 공식적으로는 2~3일인데, 직장에 따라서 10~15일까지 늘려 쉬고 있다.

▲이런 연휴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자리 잡고 있는지 몰라도 상당수 기업들이 올해 설 연휴를 전후해 길게는 10일간 휴무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다보니 2월에는 주말 휴일을 포함하면 일하는 날이 보름도 안 되는 ‘반쪽 달’이 되게 됐다며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설 연휴를 열흘씩 쉬게 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한쪽에서는 그야말로 퍼지게 놀고 다른 한쪽에서는 고통으로 지새운다면 그 때는 명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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