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시공공디자인의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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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수 제주대 교수/산업디자인학과
도시공공디자인 기본계획은 제주특별자치도 도시디자인 정책의 철학과 궁극적인 목적을 담은 비전을 제시하고, 도시디자인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요구되는 도시디자인 정책의 방향과 체계를 정립하여 실현 수단인 각종 사업에 연계시키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 도시디자인단이 출범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필자가 가장 먼저 본 것은 아라동과 정실을 관통하는 흉측한 철 구조물로 이루어진 고가도로의 공사 현장이다. 2010년에 제정된 경관조례 시행규칙이 시행되기 전에 빨리 공사를 추진해야겠다는 것일까? 아니면 중앙부처와 제주도의 예산을 빨리 소진해야겠다는 것일까? 아니면 자연경관이고 뭐고 일단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자는 것일까?

세계는 지금 로카보어(Locavore), 로하스(Lohas)와 같은 자연과 생태, 환경, 인간을 아우르는 포괄적 생명사상과 미래지향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서서히 지배하고 있다. 느리게 살기와 느리게 걷기, 제주올레와 같은 빠른 속도에서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느린 속도의 미학’에서 제주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도대체 몇 십 분이나 빨리 가겠다고 저 흉칙한 철 구조물을 한라산 산자락 밑을 가로지르는 경관을 만드는 것인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청계천은 과거 몇 십년간 방치되었던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환원시켜서 시민의 엄청난 호응을 받고 있는데, 우리는 시대를 역주행하고 있다.

이게 도민의 숙원사업이라도 되는 걸까? 제주의 각종 심의위원회에서는 뭘 하고 있는지 그 기능도 의심스럽다. 도대체 도시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있는 건지 심히 의심스러울 뿐이다.

산지천 복원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가장 먼저 벤치마킹하러 제주를 방문하였던 사업이었다. 그러나 현재 청계천은 2005년부터 1억1240만2210명의 방문객을 자랑하는 명소가 되었고, 산지천은 구도심 몰락에 시름하고 있다. 차이점은 바로 도시디자인의 철학과 도시공공디자인의 개념의 도입 여부에 있다.

산지천은 야경은 고사하고 어두컴컴하고 칙칙한 도로를 지나가며 바라보는 개념이며 앉을 수 있는 벤치하나 찾기도 어려우나, 청계천은 걸어서 밑으로 내려가 직접 보고, 느끼고, 걷고, 앉아서 이벤트와 야경을 즐기는 접근성과 콘텐츠가 있는 곳이다. 산지천은 하드웨어를 복원하고 끝난 것이고 청계천은 디자인과 콘텐츠가 담겨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에서 도시공공디자인의 차이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서부산업도로를 확장하면서 생긴 무수천 절개면은 지금도 절개된 상태로만 존재한다. 공항에서 중문관광지로 이동하는 중요한 이동 통로인 무수천 절개면을 바라보며 관광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 곳에는 생태관광을 상징하는 요소도 없고, 디자인적 요소도 없으며, 도시디자인의 철학도 존재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하드웨어 공사만 끝내고 손을 털었고, 그 곳에는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요소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도시디자인은 주민, 행정, 전문가가 공유할 수 있는 도시디자인 정책의 미래상과 기본이념을 제시하여 도시디자인의 비전과 철학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가 인력풀을 최대한 활용하여 도시공공디자인 정책의 대응 범위와 방향을 설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철학과 비전도 없이, 도시디자인단을 마치 권력의 일부쯤으로 아는 한, 제주특별자치도의 도시디자인 미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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