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따스한 봄날, 한 조각 춘몽(春夢)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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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前 제주학생문화원장/수필가
나는 40여 년의 교직생활을 통하여 많은 제자들과 다양한 대면을 했다.

코흘리개 꼬마 녀석들이 6년의 교육과정을 마칠 때쯤이면 제법 의젓하고 세련되어져서 나를 흐뭇하게 했는가 하면, 그들의 조그만 가슴에 큰 희망과 부푼 꿈을 안고 헤어질 때면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너의 꿈은 뭐야?” “부자가 되는 거예요.” “부자가 돼서 뭐하게요?” “…그냥요.”

“넌 꿈이 뭐야?” “의사가 될 거예요.” “의사가 돼서 뭐하게?” “엄마가 의사가 되래요.”

이렇게 시작되는 떡잎 수준의 꿈이 부자가 돼서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 의사가 되어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인술(仁術)을 베풀겠다는, 무엇이 되는 수준을 넘어선 꿈 묘목으로 자라서 교문을 나섰다. 그들은 지금쯤 어른으로 성장하였으니 그 꿈 묘목들이 성목(成木)으로 자랐을까? 아니면 아직도 자라고 있을까? 혹여 잊었거나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우리는 저마다 크고 작은 꿈을 안고 살아간다. 꿈은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의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 생의 가치의 근원인 것이다. 마음 속에 꿈이 있어야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가 결정되고, 그것을 좇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것. 그러니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우선해서 꿈을 심어 주어야 하리라. 우리 아이들이 품은 꿈만큼 우리 사회도 변화와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터이니. 어른들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나이가 들면 어떻고, 하찮은 일에 매달려 있으면 어떤가. 삶에 밀려 잠시 잊었거나 잃어버렸다면 그 꿈을 다시 떠올리고 찾아내어 마음의 중심에 앉혀놓아야 한다. 그 꿈들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갈 것이니.

고도원의 ‘꿈 너머 꿈(나무생각, ’07)’이야기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내 배 불리고, 내 등 따뜻이 사는 꿈을 넘어, 이기적인 나에서 이타적(利他的)인 나로 넘어 설 수 있는 ‘꿈 너머 꿈’을 품어야 한다. 꿈을 이루면 행복하고, ‘꿈 너머 꿈’을 실현하면 위대해 진다.”

그렇다. 무엇이 되는 성공의 수준을 넘어선 이타의 삶은 아름답고 위대하다. 꿈을 이루면 성공했다고는 하나 위대한 삶이라고까지 치켜 부르지는 않는다. 위대한 삶, 아름다운 인생은 이타의 경지에 들어서야 비로소 따라붙는 수식이기 때문이다.

가끔, 매스컴에 ‘꿈 너머 꿈’의 실현을 본보인 아름다운 인생의 주역들이 소개되곤 한다. ‘70평생의 쌈짓돈을, 3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아이들 교육에 쓰라며 선뜻 내 놓은 어느 할머니와 독지가, 쓰레기장을 뒤지는 발품으로 소년소녀가장들을 돕고 있다는 젊은 직장인, 부모님께 물려받은 유산은 내 것이 아니니 그것으로 장학 사업을 한다는 어느 할아버지….’ 그런가하면, 일본의 지진 참사를 내 일처럼 여기고 돕기에 나선 이들, 굶주림과 병고에 허덕이는 검은 대륙의 낯선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내는 이름 없는 천사들까지…, 이들의 삶은 역사의 질곡(桎梏)을 뛰어 넘고 국경을 초월한 숭고한 인간애의 실천이다. 높이 올라 많이 차지해야 성공이라는 통속적인 삶을 생의 지침처럼 좇는 세태에 내 능력과 가진 것을 나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남에게 주고 또 베푸는 삶은 참으로 아름답고 위대하다.

봄기운이 대지의 온갖 생명체를 보듬고 생기를 불어넣는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앞 다투어 새싹을 피워내고. 내년 봄에도, 내 후년 봄에도, 또 그 다음 해 봄에도…, 이 땅에는 어김없이 꿈과 희망의 싹을 피우리라. 그러나 단 한 번뿐인 우리의 인생, 오직 내 자신과 내 가족만을 위해 살다 끝내기엔 너무 아쉽지 않은가. 이 따스한 봄날, 우리 모두의 가슴에 ‘꿈 너머 꿈’을 품고 위대한 삶, 아름다운 인생을 설계해 보는 건 어떨까? 꿈꾸는 자만이 제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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