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房)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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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초에도 우리사회 ‘세배 정치’는 여전했다.

퇴임한 전 대통령이나, 계보 보스나, 고위층을 찾아 세배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고위층 등의 안방마님을 찾는 규방정치 역시 수그러들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오죽하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남자이지만, 그 남자를 움직이는 것은 여자라 했겠는가.

하지만 세배 자체는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권장한다고 탓할 바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게 사랑방 정치와 결탁하면 세배 정치가 된다.

그동안 한국의 정치는 사랑방 정치였다.

3김 시대가 그 최고조로 밀실 청탁과 온갖 영향력 행사의 근거지였다.

종식돼야할 ‘방(房) 문화’인 것이다.

▲사실 우리의 ‘방 문화’의 원조는 ‘사랑방’이다.

지금의 아파트 거실 역할로, 손님이나 친구를 맞이하는 공간이었다.

동네 사람들과의 대화 장소에다, 마을 업무가 이 곳에서 결정되기도 했다.

그만큼 구수한 향토정서가 물씬 우러나는 다정다감한 곳이었다.

사랑방 하면 주요섭(朱耀燮)의 1948년 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빼놓을 수 없다.

사랑방에 와 있게 된 손님과 홀몸인 어머니와의 미묘한 애정 심리를 다루고 있다.

옥희라는 어린 딸을 통해 1인칭 관찰자 서술로 이야기를 섬세하게 끌어간 작품이다.

어른들의 사랑 얘기는 너무나 순수했다.

그 매개는 사랑방이었다.

▲최근 ‘현대식 사랑방’이 뜨고 있다.

이른바 ‘찜질방 문화’다.

찜질방은 목욕을 매개로 단순히 몸을 지지고 땀을 빼는 곳을 넘어선다.

끼리끼리 어울리며 이것저것 먹을 수 있고 여타 건강시설도 갖춰져 있다.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노곤함을 녹여주니 기분이 한결 상쾌해진다.

웰빙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도 있지만,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너무 편안한 공간이라서 그런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한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예의범절이 서서히 실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래저래 우리의 ‘방 문화’가 진정한 친교의 장이 되려면 멀었다는 느낌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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