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서예" "갑서예"… "여기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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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1월 일제가 군비행장으로 개항한 이후 올해로 만 6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제주국제공항은 명실공히 제주의 관문이다.

다른 지방 나들이에 나서는 도민들은 물론이고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93% 이상이 제주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제주공항의 하루 이용객은 웬만한 읍지역 인구를 능가하고 연간 유동인구로 따지면 서울특별시 인구와 맞먹는다.

6만4000여 ㎡에 이르는 여객.화물청사에는 정부 청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각종 정부기관들이 들어서 작은 정부를 이루고 공공기관과 기업체에서 구두미화소까지 80여 개에 달하는 기관.업체들이 상주하고 있다.

제주공항이 대통령령으로 정식 비행장(제주비행장) 직제를 갖게 된 것이 1958년 1월.
당시 항공노선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항공사로부터 ‘좁쌀 먹는 도민 중 비행기 탈 사람이 몇 명 있느냐’는 면박까지 받던 시절이었다.

연간 6만여 편의 항공기가 운항하고 9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제주공항의 오늘과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여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제주공항의 하루는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에 열린다.
항공사 등의 새벽 근무자들이 어둠을 헤치고 총총히 청사로 들어서는 시간이 오전 5시30분.

이어 청소용역업체 환경미화원들이 대합실을 쓸고 닦는 사이 관제, 항무, 검색 등 운항 관련 업무 근무자들이 하나둘 제자리로 찾아가면 오전 7시 첫 출발편 탑승객들을 맞을 준비는 거의 마무리된다.

오전 6시 드디어 공항 입구에 설치된 바리케이트가 열리면서 첫 편(서울행) 승객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항공사 카운터도 이때부터 업무 개시다.
첫 항공편 승객들 중에는 다양한 ‘꼴불견’들이 종종 있다.

항공사 직원들을 가장 애먹이는 사람은 만취 승객이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이 아쉬웠는지 밤새 마음껏 먹고 마시다 나온 사람들이다.

당연히 탑승을 거부당하면 만취자들은 아직 적막감이 가시지 않은 대합실의 정적을 여지없이 고성으로 깨뜨리기 십상이다.

또 한켠에서는 출발시각에 임박해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 때문에 항공사 직원들이 골치를 썩는다.

특히 일부 ‘끗발 있는’ 승객들은 첫편 출발을 앞두고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와 “이발중이니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등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해 직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성수기때에는 바리케이트를 열자마자 대기표를 먼저 받으려는 사람들이 쏜살같이 공항으로 달려와 발권카운터 앞에 늘어서는 것도 이 시간대 대합실 풍경 중 하나다.
서울에서 출발한 제주행 첫편이 내리고 한두편이 더 빠져 나가는 오전 8시가 지나면서 공항은 그제야 제 모습을 찾아간다.

공항에 상주하는 16개 정부기관과 3개 공공기관, 60여 개 항공사 및 기타 업체의 당일 근무자 1000여 명이 청사로 들어오고 대합실이 오전편에 탑승할 국내선 승객들로 붐비기 시작하는 것이 이 즈음이다.

토산품.기념품.농특산물 판매점과 식당, 휴게라운지 등 2, 3, 4층의 공항 상가도 이때부터 손님을 받는다.

국내선 대합실이 제 모습을 찾아가는 시각, 국제선 청사는 뒤늦게 하루를 시작한다.

국제선은 보통 첫 출발편이 오전 10시, 도착편은 오전 10시40분에서 11시 사이에 들어온다.
국제선을 지키는 공항 사람들은 ‘CIQ’ 기관 직원들이다. 세관(customs), 출입국관리(immigration), 검역(quarantine) 등 출입국 수속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이다.

보통 출국 수속이 항공기 출발 1시간30분 전에 시작되니 오전 8시30분 정도에는 준비를 마쳐야 한다.
도착 항공편이 내리면 CIQ 지역은 손님 맞을 준비로 바빠진다.

선물을 줄 요량으로 규정보다 더 많은 양주를 가방속에 챙긴 승객들은 입국심사대를 지나고 세관 X-레이 검사대에 들어서면서 긴장하게 된다.

사실 승객들이 모르는 사이 세관검사는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철저하게 이뤄진다.
승객들이 도착하기 전에 세관의 여행자정보분석팀이 전산으로 탑승객 중 소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우범여행자를 가려내는 1차 선별검사를 벌인다.

이어 X-레이 검색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휴대물품에는 빨간색(총기류)과 노란색(과세대상 물건이나 농수축산물) ‘딱지(전자태그)’를 붙여 검사대에서 개봉검사를 하도록 하고 이어 ‘로버(ROVER)’라고 불리는 검사요원들이 여행객처럼 돌아다니며 동태가 수상한 승객들을 가려내 검사대 직원에게 알려준다.

그러나 여기를 통과했다고 안심하다간 오산. 짐을 찾고 검사대를 통과하는 중에도 경력 20년의 베테랑 검사요원들이 먼 발치에서 감시의 눈을 멈추지 않는다.

세관검사에 걸린 승객들은 ‘선물인데’, ‘처음인데’라며 봐달라고 애걸도 해보고 화도 내보지만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더러 검사에 적발된 승객과 세관 직원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어처구니 없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한 세관 직원은 “양주를 한 병 더 갖고 들어오다 적발되면 현장에서 한두 모금 마셔버리거나 병을 깨버리는 사람도 있고 반입이 금지된 외국산 귤이 적발되면 바로 까먹어 버리는 사람도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오전편 승객들이 공항을 빠져나가고 오후에 접어들면서 제주공항은 더욱 열기를 뿜어댄다.
요즘은 가을관광시즌을 맞아 단체여행객과 수학여행단이 몰리며 1층 대합실은 북새통이다.

가뜩이나 비좁은 국내선 대합실이 내국인면세점 공사로 절반으로 줄어들어 이용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3개월 넘게 계속된 내국인면세점 공사로 일부 연결통로가 폐쇄되면서 2층 식당가는 매출이 줄어 울상이다.

항공기가 도착할 때쯤 되면 도착대합실 출구에는 수십개의 피켓들을 들고 선 여행사 가이드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진을 친다.

관광객들이 대부분인 도착 승객들이 출구로 나오고 가이드들이 자기 손님들을 찾는 사이 먼 발치에서는 호객꾼들이 은밀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단속이 강화돼 드러내놓고 할 순 없지만 신혼부부들이 들어오는 ‘대목’을 놓치기 아까워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혼부부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관광객들의 여행의식도 높아져 요즘은 한 건 잡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대합실에 있던 관광객들이 청사를 빠져나가는 시각, 청사 주변도로와 주차장도 덩달아 바빠진다.
청사 주변도로에서는 무단 주.정차 차량 운전자들과 교통경찰관의 숨바꼭질이 한창이다.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도 되건만 몇 푼 안되는 주차료를 아끼려는지 유독 고급차량들이 청사 가까운 곳에 주차를 고집하고 교통경찰관들은 죄없는 호루라기만 짜증스럽게 불어댄다.
주차장 안에 오전부터 자리를 잡고 앉은 렌터카 업체 직원들도 예약손님들에게 차량을 인계하느라 손발이 바쁘다.

렌터카 차량들로 인한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항공사가 장기 주차료를 크게 올리고 전용주차장도 마련해줬지만 터줏대감인 양 요지부동이다.

날이 저물고 마지막 도착편인 서울발 항공기가 내리는 오후 9시45분. 제주공항은 서서히 하루를 마감한다.
승객들이 공항을 빠져나간 후 마지막 남은 공항사람들은 보통 오후 10시를 넘겨 공항을 나선다.

이어 경찰기동대원들의 청사 건물 수색이 끝나고 대합실과 유도로, 활주로 등의 불빛이 하나둘 사그라들면 제주공항은 그제서야 밤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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