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스토리텔링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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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제주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동화작가
용담 해안도로에 ‘로렐라이 요정상’이 서 있다. 이 청동상은 자매도시인 독일 로렐라이시(市)가 제주 상징인 돌하르방을 기증받은 데 대한 화답으로 보내온 것으로 독일의 조각가 미르코 봐인가르트와 빌헬름 호프만 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작해서 보내온 것이라고 한다. 라인강가에 있는 요정상처럼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만 슬픈 전설을 안고 있는 요정이어서 해안도로를 찾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상도 아주 작은 조각품이지만 덴마크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거쳐 가는 관광지이다.

로렐라이 요정이나 인어상은 조각품 자체만으로도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보다는 요정상에 얽힌 전설과 인어공주 동화를 떠올리기 때문에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것을 우리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라고 한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상품 그 제체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제시함으로써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의사소통으로 그 물건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즐기도록 하는 감성적인 마케팅 활동이다.

지난 설날 더마파크에 다녀왔다. 몽고에서 건너온 젊은 배우들이 보여주는 말타기 재주는 관광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더마파크에서 본 공연은 징기즈칸의 일대기였다. 징기즈칸이라면 인류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점령했던 몽골의 장군인데 왜 그 일대기가 제주에서 공연되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공연 내내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제주에는 더마파크 말고도 외국의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장이 더 있다. 삼국지 공연장이 있고, 중국 서커스를 보여주는 제주서커스월드와 몽골리안 마상쇼를 하는 공연장도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서커스 공연이 상시적으로 열리지만 100% 중국인 곡예사로 우리 서커스 공연이라고 할 수 없어요. 한국에 관광 와서 중국 곡예를 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거지요”라는 85주년을 자랑하는 동춘 서커스의 박세환 단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외국인들이 제주에 와서 우리 것이 아닌 다른 나라의 문화예술을 보고 돌아간다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민족으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술은 여러 나라가 공유하여 즐길 수 있는 것이며, 제주에서는 제주의 예술작품만 공연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적인 관광지이며 관광으로 미래를 열어가야 할 제주에서 다른 나라의 인물이나 역사에 대한 공연을 보여주는 일은 결코 떳떳한 일은 아니다. 제주의 문화예술을 상품으로 개발하고 발전시켜 관광 자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많은 이 때에 다른 나라의 예술을 관광객들에게 소개하는 건 자존감이 상하는 일이다. 왜 제주에 외국의 문화예술을 공연하는 공연장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아쉬움을 털어놓으면서 그 책임은 사업가에게 있지 않고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키지 않은 탓이며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지 못한 탓이다. 7대 경관선정도 중요하고, 골프장이나 박물관을 만들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것만큼이나 다른 고장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이 제주에서 와서 제주의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볼거리를 하루속히 만들어내야 한다.

더마파크 같은 공연장에서 항몽 이야기를 공연할 수도 있고, 제주의 신화 나 설문대할망 이야기가 오페라나 뮤지컬로 만들어져 문예회관 무대에서 올려야 한다. 본풀이가 무용극과 연극으로 만들어져 상설 공연되고, 제주설화의 인물들이나 사건의 스토리텔링을 작업을 거쳐 상품으로 재생산되어야 한다.

‘가장 제주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제주의 스토리텔링의 개발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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