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축제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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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의 모든 일은 세 권의 책을 쓰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 첫 번째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이고, 두 번째는 우리가 서있는 ‘현재’이며, 세 번째는 누구도 열 수 없는 자물쇠로 채워진 ‘미래’이다.

특히 마지막 단계의 열쇠는 오직 조물주 만이 쥘 수 있는 것이기에 미래의 일을 예측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은 자명하다.

한 사람의 인생이든, 거대한 조직의 일이든 그 것의 성패는 때를 잘 타야한다는 얘기를 숱하게 듣곤 한다.

성실하지 않거나 계획이 서툴러서 실패하는 것 만이 아님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주어진 기회를 적절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싶다.

지난달 19일 오후 7시 북제주군 애월읍 봉성리를 경유하는 서부산업도로변의 새별오름.

매서운 찬바람과 진눈깨비를 퍼붓는 악천후 속에서도 활활 타오르는 불의 향연을 기대하는 관람객들이 올망졸망 모여 손과 귓볼을 비비기에 여념이 없었다.

순식간에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수십 개의 달집이 타기 시작했다.

이어 산허리를 중심으로 여기저기에 배치된 달집으로 불길이 옮아가면서 불꽃놀이와 레이저쇼가 한데 어울어졌다.

곳곳에서 탄성과 함께 저마다 올 한해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분위기가 연출돼 숙연하기까지 했다.

비록 막바지 기습한파로 관람객을 끌어들이는데는 실패했지만 이 곳을 찾은 이들의 마음속에는 더없는 충만감이 엿보였다.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의 진정한 매력은 마지막날 하이라이트인 오름불놓기다.

달(月)과 불(火), 오름(岳), 말(馬) 그리고 인간이 함께 하는 ‘불의 향연’을 마무리하는 결정체이기에 그렇다.

아쉽게도 올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긴요한 부분을 완성하지 못했다.

이 역시 북제주군이 사전 준비를 소홀했거나 노력을 덜했음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되레 600여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눈물겨울 정도여서 크나 큰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실제 무릎까지 내린 폭설로 많은 어려움을 초래했던 지난해의 산경험에 이어 올해 역시 변덕스런 날씨의 짖궂음에 희비가 숱하게 엇갈렸다.

어느 공무원의 말대로 ‘뼈 빠지게 준비해온 아흔아흡 가지의 업무가 날씨 하나 때문에 죽 쑨’격이 돼버렸다.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당초 명명한대로 해당 기간내에 개최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하지만 지금대로 대보름날 이전이라든가, 주말이어야 한다든지 등 특정일을 고수하는데는 아쉬움을 넘어 허탈하기까지 한 많은 희생과 고초가 뒤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말 그래도 예측불허의 날씨에 도박을 걸기에는 여기에 투자되는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이루 말할 수 없기에 그렇다.

북제주군은 현재 제주발전연구원 등 전문기관에 들불축제와 관련한 종합평가와 축제장의 연중 활용방안 등에 대해 용역을 맡긴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참에 날씨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참고하자는 일각의 제언에도 귀를 귀울였으면 한다.

예컨대 절기를 기준으로 하든, 음력 일자를 잣대로 삼든 문제의 핵심인 축제일정을 다소 탄력적으로 운영해보자는 취지의 여론이다.

지난 20여 년의 기상관측 데이터를 검토하는 것도 가능함직하고, 당해 일기예보를 기준해 신중하게 일정을 택하는 것도 나을 듯 하다.

좋은 날을 택할 수 있어 도민과 관광객 등 수십만의 관람객이 한 자리에 모여 누군가를 위해 기원하는 장관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해서 열 번째 들불축제가 열리는 내년에는 때를 이용하는 지혜를 좀더 살려 제주도민들에게 화산폭발을 연상케하는 클라이맥스를 안겨주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그동안의 성과를 볼 때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사실상 가장 제주답고,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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