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BT, 농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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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방송국에서 “제주의 미래, BT, IT에 달렸다”라는 멘트가 자주 나온다.

1차 산업과 3차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제주에 새로운 산업이 싹 트기를 바라고 있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그 새로운 산업이 BT와 IT라고 보고 있다. 그 기반을 위해 과학기술단지 조성, 사이언스 파크, 테크노 파크, 리서치 빌딩 등 기반 시설이 모두 IT와 BT를 위한 것이다.

과거 몇 년간 BT에 대한 연구투자액은 수 십 년간 농업분야에 투자한 연구비를 훨씬 능가한다. 그만큼 BT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BT의 시작과 성공을 얘기할 때는 늘 한라산의 1,800 여 종의 생물자원을 자랑한다. 그 다양한 생물자원들이 BT의 성공을 확신시켜주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BT의 필요성을 얘기할 때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농업과 수산업을 얘기한다. 따라서 BT의 근본적인 목적은 1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몇 가지 짚어보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1960년대 초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새로운 항암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3만 종의 천연물질을 검색하였다. 다행히 주목나무에서 추출한 택솔(taxol)이 항암효과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1993년 미국 FDA로부터 항암제로 승인받았다. 무려 30년이나 걸린 연구지만 천연물질로부터 효과가 있는 물질의 개발을 성공한 대표적인 예이다.

택솔은 주목나무의 잎, 줄기, 뿌리에 많다. 그 증에서도 줄기 껍질부위에 많기 때문에 껍질을 벗기고 나면 주목나무는 죽고 만다.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는 미국 서부에서 자라는 주목나무를 사용했다. 그러나 주목나무는 성장이 매우 느리기 때문에 거의 멸종상태이고 지금은 중국에서 자생하고 있는 주목나무를 사용한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인공번식 기술이 개발되면서 택솔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미국의 BMS 회사나 주목나무를 생산하는 중국 농민 모두에게 이익을 주고 있다.

만약 택솔을 추출할 수 있는 주목나무 수가 제한되어 있고 인공번식기술도 개발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택솔이 항암효과가 있더라도 그림의 떡이었을 것이다.

제주는 동서 73 km, 남북 31 km, 면적 1,825 km2의 조그만 섬이다. 이 조그만 섬에 1,8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즉 종당 숫자가 많지 않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한라산에서 자라고 있는 대부분의 식물은 BT 연구 개발용으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양이다.

백록담 일대에는 백리향, 댕댕이나무, 들쭉나무, 떡버들, 돌매화나무가 자란다. 이 나무에 택솔에 버금가는 항암제가 함유되어 있다고 하자.

그러나 이 나무들을 증식시킬 수 있는 농업기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BT 연구를 위한 재료로 사용하기에도 턱없이 적은 양이다. 이런 식물들을 BT 기술개발의 원료로 사용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무엇보다도 다량 증식시킬 수 있는 농업적 측면에서 기술개발이 지원되어야 한다.

제주도에도 택솔을 추출할 수 있는 주목나무가 있다. 그러나 택솔을 추출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양이 적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분명히 BT 산업을 이끌 수 있는 좋은 식물자산을 갖고 있다. 그러나 BT 기술의 개발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필요한 식물자산을 증식시키고 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농업에 달려 있다.

농업의 뒷받침이 없는 BT 산업은 모래성에 지나지 않는 환상임을 깊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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