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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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 기업체가 국내 40대 직장인 가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가 화제가 됐었다. 우리나라 40대 가장들은 가정내 가장 큰 갈등상대로 아내(31.7%)를 꼽은 것이다.

다음이 자녀(22.9%), 부모(11.8%), 처가(4.1%) 순이다. 그런 아내에게 가장 섭섭할 때는 ‘무시하거나 구박할 때’(30.8%), ‘무관심할 때’(19%) 등의 순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아내에게 미리 남기고 싶은 유언을 묻는 항목이다. 가장 많은 응답이 ‘미안하다’(17.2%)로 나타났다. 또 ‘재혼하라’는 유언이 ‘재혼하지 말라’는 유언보다 많은 점도 눈길을 끈다.

굴곡진 삶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40대의 고민과 솔직한 정서의 일단을 보는 듯 하다.

▲나이 사십줄. 공자에 따르면 40대는 유혹에 빠지지 않는 불혹(不惑)의 나이다. 고민하고 방황하던 10대, 불확실한 장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혼란스럽던 20대, 사느라 정신없던 30대를 구비구비 지나 마흔이 되면 인생의 목적과 삶의 보람이 뚜렷해지고 다른 생각이나 미혹에서 벗어나 자기를 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폐일언(蔽一言)하고 지금의 40대는 오히려 어떤 유혹에든 가장 약한 세대다. 구조조정과 ‘사오정’(45세 정년)으로 대변되는 직장인의 비애, 앞날의 암담함, 갑자기 찾아 온 내 능력의 한계에 대한 자각, 그리고 냉혹한 사회현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결코 녹록치 않은 책임감 등으로 그들은 소리없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 ‘마흔으로 살아가기’를 쓴 전경일씨는 40대를 인생이란 게 참으로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되는 때라며 마치 텅 빈 들판의 허수아비 같은 심정이라 했다.

그는 또 40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나이듦에서 오는 초조함’이라며 이때부터 초조함과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40대는 제2의 삶을 준비하는 터닝 포인트로서의 의미가 있다. 축구경기로 빗대면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하프타임 같은 시기.

이처럼 후반생을 준비하는 40대에게 전문가들의 던지는 충고는 대체로 비슷하다. 시선을 멀리두고 호흡을 길게 가지자는 것. 초조하다 해서 빨리 달리는 것보다는 천천히, 무엇보다 꾸준히 달리는 삶의 자세를 주문하는 그들의 메시지가 신선하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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