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연구자들이 발표한 내용 중에서도 중요하게 거론된 재일 제주인에 대한 시각은 앞으로 제주도와 재일 제주인 사회와의 폭넓은 교류를 위해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현시점에서는 재일 제주인들이 예전과 같이 자신들이 태어난 마을과 지역사회인 제주도에 항상 맛있는 ‘과자’만을 가져다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등지게 되었지만 항상 뜨거운 가슴으로 고향을 사랑하며 고향을 못 잊어하는 우리의 소중한 이웃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랬다. 지금까지 우리는 재일 제주인들은 무조건 돈 많은 부자로 단정하고, 고향을 찾을 때마다 여러 가지 선물 보따리만을 요구하며 기다려왔다. 재일 제주인들은 그러한 기대를 차마 저버리지 못하고, 매번 어김없이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기에 바빴다. 그렇다고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는 재일 제주인들이 모두가 부자는 아니었다. 또한, 여러 선물 보따리 자체도 많은 재일 제주인들이 그 때마다 조금씩 힘을 모아 만든 것이었음을 우리는 안다.
재일 제주인들은 언젠가 조상들이 잠들어 있는 고향 땅을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찾아오기 위해, 오랫동안 허리띠를 졸라매며 헌신적으로 선물 보따리를 마련하곤 했던 것이다. 제주도가 오늘날과 같이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서는, 결코 재일 제주인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들이 가져온 선물 보따리는 예상보다도 훨씬 소중하고 값진 것이었으며, 제주발전의 자양분(滋養分)이 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21C를 맞이한 이 시점에서, 우리들 모두는 재일 제주인에 대한 사고와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함께 존경과 배려의 눈길을 보내야 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일본 내에서 외로운 삶을 보내고 있는 재일 제주인들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만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많은 재일 제주인들이 부자(富者)가 아닌 빈자(貧者)로 외로운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70세 이상의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은 특별한 생계수단도 없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그렇기에 행정기관인 제주도는 물론이고 제주도민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일단 도쿄나 오사카와 같이 재일 제주인들이 집단적으로 거주지를 형성하고 있는 지역의 실태를 파악하여, 우선 급하면 급한 대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생활비의 보조나 친지방문 및 조상묘소의 참배를 위한 고향방문의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이제 제주도는 세계평화의 섬으로서, 국제자유도시로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말하자면, 제주도는 다시 한번 재일 제주인을 끌어안아야 할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분적으로나마 그들에 대한 보은(報恩) 사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유수 같은 세월은 언제까지나 모두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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