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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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기사 한 사람이 여느 동료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헤드폰을 낀 채로 한참은 중얼거리다가, 한참은 싱글벙글 웃기도 했다.

보다 못한 공장장이 헤드폰과 연결된 물건을 들춰냈다.

그 물건은 입력 장치를 없애고 출력 장치 하나를 더 끼어 만든 스테레오 재생장치였다.

변조된 녹음기였던 것이다.

일본 소니(SONY)의 세계적 히트상품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걸어 다니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이름도 ‘워크맨(Walkman)'이라고 붙였다.

1979년 첫 등장한 워크맨은 카세트 재생기의 고유명사가 됐다.

▲소니는 혁신적 전자제품을 출시하면서 20년 넘게 세계 전자업계를 주름잡아왔다.

그런 소니가 불과 3~4년 사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전체 매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전자제품 경쟁력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가전제품은 한국의 삼성전자에 추월당했다.

소형 오디오 기기시장만 해도 예전의 독보적 존재가 아니다.

워크맨은 애플컴퓨터가 만든 MP3플레이어 ‘아이포드(iPod)'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도쿄 한복판 지하철을 타면 젊은이들의 손에는 아이포드가 쥐어져 있다 한다.

부업인 영화. 음반. 게임 등에 주력하다 본업인 전자사업에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다.

▲소니는 급기야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을 전격 퇴진시키고 최초로 외국인 CEO를 영입했다.

일본 재계가 충격에 휩싸인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소니는 기술대국 일본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데이 회장이 2002년 펴낸 자전적 산문집 ‘On & Off'가 이목을 끌고 있다 한다.

‘시대변화에 따른 미래구상과 전략’을 누누이 강조한 이 책은 당시 베스트셀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통찰력 부족과 경영판단 잘못으로 인해 실패한 CEO로 물러났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무릇 CEO의 이름값이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경영실적이 좌우한다는 점이다.

세계적 기업도 순식간에 곤경에 빠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번 소니의 인사혁명은 글로벌 시대의 생존코드를 분명히 일깨워 주고 있다.

바야흐로 지금은 ‘On & Off'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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