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없이 웃는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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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辱說)은 남을 저주하는 말, 남을 모욕하는 말이다.

그러나 ‘욕’이 정다운 사이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사례도 있다.

예컨대 ‘문둥이’ ‘깍정이’ ‘못난이’ ‘요놈’ 등과 같은 말이다.

오랜 만에 만난 옛 친구의 어렸을 적 별명을 스스럼없이 부르는 것도 비슷한 예이다.

옛 친구를 부르는 말이 욕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반면 ‘미소’도 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옛사람들은 ‘웃음’도 욕의 한 방법으로 이해했다.

▲우리말에 ‘벙어리 웃는 뜻은 양반 욕하는 뜻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 말 없이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사실은 ‘욕설’을 퍼붓고 있다는 의미다.

옛 기와집에 보면 기왓골이 끝나는 곳을 조각된 기와로 장식하고 있는데, 이를 막새라고 한다.

막새에는 눈을 부라리고 이빨을 드러낸 귀면(鬼面) 막새와 화사하게 웃는 인면(人面) 막새가 있다.

악령이 집에 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맡는 이 막새에 이렇게 정반대의 형상이 쓰인다.

즉, ‘귀면’과 ‘인면’은 우리 문화적으로 같은 유형성을 의미한다.

▲옛날 상여 나갈 때 앞세웠던 방상씨(方相氏)도 성난 귀면방상과 웃음 짓는 미소방상 두 가지가 있었다.

이 역시 저승 가는 길에 악령이 덤벼들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썼던 것이다.

임금이나 귀인들의 무덤에 부장(副葬)하는 토인형(토용)들의 얼굴에 웃음을 살린 것도 같은 이치다.

일전에 경주 용강 고분에서 출토됐다는 토용들이 소개된 책자를 보다가 놀란 적이 있다.

수염 난 토용의 잔잔한 미소가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잔잔한 미소가 웃는 듯한데 아닌 듯도 하고...

▲흔히 ‘욕에 정든다’거나 ‘욕이 반, 사랑 반이다’ 하거나 ‘욕이 반사랑이다’는 말이 있다.

즉 욕설의 이중적인 의미다.

욕이 속뜻과 겉뜻을 갖추고 있으며 더욱 깊은 의미는 속뜻에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웃는 뜻도 마찬가지다.

웃는 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웃고 있다 해서 좋아라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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