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회 충격’ 학교가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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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열린 경찰청 워크숍에서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가 증언한 초.중.고생의 폭력조직인 일진회의 일탈행위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일부라고는 하지만 그 교사가 고발한 사례는 차마 그대로 옮기기가 민망할 정도다.

남녀 학생들이 댄스파티를 열어 알몸으로 성행위를 묘사하는 '섹스머신'과 경매를 통해 여자를 고르는 '노예팅'을 하고, '왕따'나 '때리기' '강간' 등은 '놀이'로 여긴다니 소름이 끼친다.

학교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교육당국과 교사들의 책임이 크다.

학교폭력 문제야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그 동안 정부나 교육당국도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았다.

지난해 1월에는 학교폭력 특별법을 제정했고, 지난달에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계획'도 내놓았다. 또 이 달 들어서는 교육부와 경찰청 등 5개 부처가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폭력 근절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같은 대책들은 대부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면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도 못했다.

'일진회 충격' 속에 정부와 교육당국이 이번에 내놓은 학교폭력 예방과 대책들도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제주도교육청이 일진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지난 11일 도내 고교 교장과 학생부장 등을 소집해 학교폭력 예방 대책 전달회의를 개최하고, 17일까지 불량서클 실태를 파악해 보고하도록 일선학교에 지시했으나 15일 현재 불량서클 보고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7개 학교가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이들 학교는 모두 '교내에 불량서클이 없다'고 보고한 것이다.

제주지역의 경우 일진회 학생들의 일탈 사례가 워크숍에서 교사가 증언한 것 만큼 끔찍하지도 충격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 지역은 차치하고 읍.면지역 학교에도 일진회의 폭력성과 존재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일진회나 불량서클은 없다'는 일선학교의 보고에 도민들이 과연 얼마나 공감을 할까.

일선 학교의 보고가 이렇다면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진단이 정확하지 않은데 올바른 처방이 이뤄지기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학생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교사라면 누가 일진회 소속인지, 불량서클에 가입한 학생인지를 얼마든지 알 수 있으리라 본다.

학교생활태도나 출결상황, 교우관계, 복장상태 등에서, 또는 상담을 통해서 이 학생이 어떤 학생인지는 얼마든지 분간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학교의 한 반의 학생수가 많아도 45명 아닌가.

그래서 '일진회나 불량서클은 없다'는 일선학교의 보고는 '학생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말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물론 학교폭력이나 불량서클 문제에 대해 학교측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데는 나름대로의 이유도 있을 것이다.

교사들에게 체벌은 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교내 폭력 사실이나 불량서클 존재사실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준다거나, 담당 교사가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그 동안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해당 학교는 무조건 쉬쉬했고 혹시 언론에라도 보도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학교 책임자들은 노심초사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감추거나 쉬쉬하는 방법으로는 학교폭력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당당하게 공개하고 공론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일을 이제는 학교와 교사, 그리고 교육행정당국이 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처럼, 온 국민이 학교폭력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시점이야말로 학교폭력에 대한 실상을 공개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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