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만한 제주지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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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을 하거나 조사를 다닐 때 자주 이용하는 것이 지형지물과 지역에 관한 정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해주는 지도이다. 여러 종류의 지도 중에서 특히 지형도는 땅의 고저를 등고선으로 표시하고 하천, 호수와 늪, 해안선 등의 지형지물은 물론 식생이나 토지의 이용 상황, 취락, 도로, 철도, 주요 건조물 등을 표시 또는 표기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가 실제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행정경계선 등도 지형도에 표시해 놓기 때문에 지도는 각종 활동이나 일상 생활에 아주 유용하다.

그런데 이렇게 유용한 지도가 믿을만하지 않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전과 달리 요즘 지도는 대부분 항공 촬영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지형지물을 잘못 표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문자로 기록한 지형지물의 명칭이나 지명 등을 잘못 표기하거나 혼동해서 표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몇 개만 예로 들어보자. 영실 서북쪽에 있는 표고 1,452미터의 오름이 있는데, 5000분의 1 지도에는 어스렁오름, 한라산국립공원 지도에는 어슬렁오름 또는 이스렁오름, 제주도관광안내도에는 어술렁오름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면 하나의 오름 이름의 네 개가 되는 셈이다. 음성형이 모두 비슷한 이름이므로 분명 하나의 이름인데, 지도마다 표기가 제각각이다. 보통 이스렁오름이라 한다.

존자암터 북동쪽에 있는 표고 1374미터의 오름이 있는데, 5,000분의 1 지도와 제주도관광안내도에는 볼래오름, 한라산국립공원지도에는 불래오름(佛來岳)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 역시 이름이 하나인데, 지도마다 표기가 다르게 되어 있다. 보통 볼레오름이라 한다.

한라산 동북쪽에 물장오리오름와 테역장오리오름이 있다. 지도에 따라 물장올, 태역장올 등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옆에 있는 오름이 쌀손장오리라 표기했다면, 당연히 물장오리, 테역장오리로 표기해야 한다.

추자도 북동쪽 바다에 섬이 하나 있는데, 5,000분의 1 지도와 25,000분의 1 지도에는 보론섬으로 표기했는데, 제주관광안내도에는 보름섬으로 표기했다. 보통 보롬섬, 보름섬이라 한다.

수망리 위쪽에 물영아리오름과 염은영아리오름이 있는데, 5000분 1 지도를 비롯한 지도 대부분에 수령악(水靈岳)과 영아리로 표기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김녕리에 있는 오름으로, 5000분의 1 지도와 25,000분의 1 지도에 묘산오름으로 표기된 것이 있는데, 작은 지도에는 묘산봉(猫山峰)으로 쓰기도 한다. 보통 궤살메라 한다.

천왕사 동쪽 일대의 아흔아홉골을 구구곡(九九谷)으로 표기하는 것도 큰 문제다.

이와 같이 지도에 지명을 잘못 표기한 경우도 있지만, 민간에서 잘못 쓰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한라산 동쪽에 있는 성널오름이다. 5,000분의 1 지도나 25,000분의 1 지도, 한라산국립공원 지도, 제주도관광안내도 등에 분명하게 성널오름으로 표기하고 있는데도 성판악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한라산 등산로 중 하나를 성판악코스, 휴게소를 성판악휴게소, 지소를 국립공원성판악지소라 하고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명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음성형을 가진다. 지도에 표기하는 과정에서 두 개, 세 개의 음성형으로 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직도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때 난립했던 불완전한 한자 지명 표기를 그대로 쓰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루빨리 믿을만하고 통일된 지명 표기를 담은 제주지도가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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