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이 아까운 간담회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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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와 경제계가 만나 간담회를 가지면 늘 건의사항들이 넘쳐난다. 도내 기업들의 경영여건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다. 경영여건이 악화되다 보니 기업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댈 곳은 지자체 밖에 없는 것이 제주의 현실이다. 전국 1% 안팎에 머물고 있는 제주의 경제규모로 이들 기업들을 모두 먹여 살리기에는 벅찬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업종을 막론하고 도내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지자체에 ‘특별한 대책’을 요구한다. 물론 지자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기대만큼 많지 않다는 것도 이들은 잘 안다.

엊그제 제주상공회의소가 우근민 도지사를 초청해 상공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민선 5기가 출범한 후 1년이 되도록 다소 서먹서먹한 상공인단체와 지사가 화해의 물꼬를 튼다는 ‘이면(裏面)의 의미’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제주상의와 지사의 언급처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이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상공인들은 지역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을 비롯해 지역 건설업 활성화 방안, 휴양콘도 및 체육시설 병행 사업 사후 환경영향조사 완화, 이동통신 도로 점용허가 관련 건의, 향토기업 육성 등을 건의했다. 나름대로 모두 일리 있는 내용들이다. 지역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골목상권에게 대기업 계열인 편의점들의 공격적 확장은 존망을 걱정하게 하는 환경이다. 얼마 전까지는 대형마트 때문에 그랬다. 대형마트의 신규 개점이 사실상 막히면서 이젠 편의점이 골목상권의 명줄을 쥐고 있는 셈이니 지역 업계에선 당연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 골목상권과 중소 유통 도매상을 위한 정책대안을 내놓으라는 주문이다.

건설업계의 하소연도 이어졌다. 건설업은 취업과 생산유발효과 등의 측면에서 지역경제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내에서 이뤄지는 대형공사를 국제입찰대상 금액(284억원) 미만으로 나눠 지역의무공동도급으로 발주해 달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건설협회 242개 회원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2개 업체가 올해들어 4월말까지 단 한건의 공사도 수주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상공인들의 건의를 받은 제주도 당국의 답변은 그러나 여느 간담회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기업 편의점 관계자에서 제주의 현실을 설명해 출점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했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솔직한 ‘면피용 답변’이라고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지역 건설업 활성화 방안 건의에 대해서도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너무도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알맹이가 없다. 그런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담당자의 답답함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기댈 곳이 지자체 밖에 없는 도내 업계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이젠 레퍼토리를 바꿀 때도 되지 않았을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오가지 않아서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상공인들도 알맹이가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아직도 기업인들은 일부 도청 공무원들을 만나면 벽을 보고 얘기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다른 지역 기업보다 오히려 제주기업을 더 홀대한다는 얘기도 한다. 관행만을 고집하는 수동적인 공직자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사가 원론적인 정책의 큰 줄기를 언급하면, 실·과장들은 각론을 챙겨야 한다. 지사의 얼굴 표정과 기분을 챙기듯 기업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밥값이 아깝지 않은 간담회가 된다.<신정익 편집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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