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불패(高聲不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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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가 관문을 지키니, 천군만마(千軍萬馬)도 공략하지 못하는 구나”

신들린 5연승으로 역전 우승의 주역 이창호 9단(30)을 향한 중국 언론의 찬사다.

지난 2월말 중국에서 열린 농심배 세계바둑 최강전 결승 대국 때였다.

연승전 방식의 단체전에서 한국은 단 한판만 지면 탈락하는 벼랑 끝 순간이었다.

마지막 주자로 이창호 9단이 나섰다.

그가 중국과 일본 기사 5명을 연달아 격파하니, 한국이 우승컵을 거머쥔 것이다.

‘돌부처’인 그도 감격의 눈물을 펑펑 흘렸다 한다.

이어 그는 지난 18일 중국 창사(長沙)에서 막을 내린 춘란배 세계선수권대회도 2연패 했다.

중국 저우허양(周鶴洋. 29) 9단을 2대1로 역전 제압, 15만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이른바 ‘이창호의 신화’라는 ‘결승불패(決勝不敗)’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불패신화’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정치만 하더라도 역대 대통령 평가 1위에선 ‘박정희 불패’가 계속 확인되고 있다.

독재 등 부정적 측면과 어두운 과거사 규명작업이 본격화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경제의 경우, 국내 대표적 기업들은 세계 1위 제품 개발에 총력전이다.

세계 유명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불패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겐 나폴레옹의 명언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가 좌우명인 셈이다.

불패신화는 스포츠에서 더더욱 두드러진다.

한국 여자양궁이나 쇼트트랙은 가히 철옹성이다.

▲그러나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해 영원한 승자는 없다.

기록은 하나하나 갱신되고, 신화는 또 다른 신화창조로 대체되곤 한다.

허나, 우리 주변엔 사회 정의를 왜곡시키는 불패신화도 적지 않다.

단적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부에 대해 ‘고성불패(高聲不敗)’를 허물라고 일갈했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고성불패에 정부정책이 좌지우지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말 없는 다수 국민만 피해를 입고, 국가적으로 손실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따지고 보면 고성불패는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된 고질병이다.

목소리만 높이면 법과 제도에 어긋나더라도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인식이 너무 두텁다.

그래서인가, 주변에는 고혈압 환자가 너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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