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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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길목에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추위를 꽃샘추위라고 한다. 꽃샘추위의 샘이라는 말은 시샘의 준말로 다른사람이 자기보다 잘되는 것을 싫어하고 배 아파하는 마음을 뜻한다. 때문에 봄이 와 물러가던 추위가 꽃피는 화사한 봄날을 시샘해서 한바탕 추위를 몰고 온다고 해서 꽃샘추위라 일컫는 것 같다.

꽃샘추위는 갑작스런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우리에게 매섭게 다가온다. 대개 2월 하순부터는 남서쪽으로 따뜻한 고기압이 접근하기 시작하는데 이 때부터 제주지역을 비롯한 남부지방에서 꽃이 피기 시작해 봄으로 접어 든다.꽃샘추위는 이 시기에 세력을 다시 회복해 우리에게 겨울 한파에 못지 않은 추위를 선물(?)한다.

▲시기적으로는 봄으로 접어들었으나 봄이 봄같지 않다는 말로 우리는 흔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이 말은 중국 한나라 원제때 오랑캐인 흉노족에게 시집을 간 중국 4대 미인 가운데 한명인 왕소군(王昭君)이 지은 글에서 유래했다. 원제는 건소(建昭) 원년 전국에 후궁을 모집하는 조서를 내려 후궁을 선발했는데 왕소군도 18세의 나이에 선발이 돼 궁녀로 입궁했다.

황제는 수천명에 이르는 궁녀를 일일이 파악할 수 없어 화공이었던 모연수(毛延壽)에게 초상화를 그리도록 하자 다른 궁녀들은 화공에게 모두 뇌물을 바쳤다.

그러나 집이 가난했던 왕소군은 뇌물을 바치지 못했는데 화공이 이를 괘심하게 여겨 그녀의 용모를 추하게 그림으로써 황제의 눈에 띠지 못하고 후에 흉노족에게 시집을 가야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왕소군이 흉노로 시집을 가게되자 원제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초상화를 엉터리로 그린 화공을 황제 기만죄로 참수했다. 왕소군은 슬픈 마음으로 따뜻한 봄에 고국산천을 떠났는데 변방은 겨울과 같이 차가운 바람이 불어닥치는 날씨여서 이 때 오랑캐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이 와도 봄같지 않구나 라는‘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글을 지었다고 한다.

▲제주지역도 3월 하순에 접어들었지만 때아닌 꽃샘추위로 인해 우리 모두의 몸과 마음을 움추리게 하고 있다.

꽃샘추위가 시작된 지난 24일에는 산간지역도 아닌 시내에 눈발이 흩날리는 흔치 않은 날씨를 보이는가 하면 돌풍과 강풍으로 항공기가 결항되는 강추위가 몰아쳐 봄의 전령사인 꽃들을 놀라 움츠리게 만들었다.

특히나 예전에 화사하게 피었던 벚꽃도 꽃샘추위에 놀라 움츠러들어 올해 왕벚꽃 잔치는 벚꽃없는 잔치가 됐다.

갑자기 몰아닥친 꽃샘추위 탓인지 우리의 봄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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