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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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8일 아들 취직 청탁과 처제.고교동창에게 부동산 정보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강동석 건설부장관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올들어 벌써 4명의 장관급 인사가 각종 의혹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이 부동산 의혹으로 물러났지만 강 전장관은 아들의 취직 청탁 의혹이 보태졌다.

감사원은 이번주부터 강 전장관과 그의 아들이 입사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 들을 상대로 청탁여부를 조사한다고 한다. 부패방지위원회가 강 전장관의 아들이 지난 2003년 11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팀장 공개모집에서 경력 미비로 탈락됐다가 2개월 만에 재실시된 공모에서 합격한 사실을 파악,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비록 본인은 부정하고 있지만 ‘이러지 저러니 할 것 없이 아주’란 뜻인 ‘도무지’라는 말에 걸맞게 강 전장관은 즉각 사직했다.

▲‘도무지’라는 말이 유래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나왔다.

을사보호 조약으로 나라를 빼앗기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황현의 ‘매천야록’에 보면 엄격한 가정의 윤리 도덕을 어그러뜨렸을 때 아버지가 눈물을 머금고 그 아들에게 비밀리에 행했던 도모지(塗貌紙)라는 사형(私刑)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글자 그대로 얼굴에 종이를 바른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아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놓고 물을 묻힌 종이, 즉 창호지를 얼굴에 몇 겹이고 착착 발라 놓으면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말도 못 하는 상태에서 종이가 말라감에 따라 서서히 숨조차 쉬지 못하게 되어 죽게 하는 끔찍한 형벌이었다.

▲‘도무지’는 이런 끔찍한 형벌에서 비롯하여 전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강 전 장관은 아들의 취직 청탁문제가 불거지면서 전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이 사직했다. 다만 아들이 아닌 아버지가 ‘도모지’형을 받았을 뿐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배재고 오모교사의 ‘검사아들 답안지 대리작성’ 사건도 빗나간 부정(父情)이 낳은 산물이다. 취직 청탁으로 낙마한 장관이나 시험지 성적부정으로 옷을 벗은 검사나 무엇이 다를까.

“아버지가 되기는 쉽다. 그러나 아버지 다웁기는 어렵다”거나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이 세삼스런 요즘 세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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