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도지사와 화순항 해군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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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항을 해군부두로 건설하려는 구체적인 일정이 노정되면서 요즘 제주 지역사회의 정서는 한기마저 느껴질 정도다.

크게 뭉뚱그려, 국가 안보를 위해 해군부두를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로 얼러 넘기고 이미 설정된 어떤 목표를 위한 초석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짙게 한다.

해군기지라고 하면 세계적인 조건과 시설을 갖춘 진해항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을 뿐 아니라 정부의 말대로 최첨단 무기를 장착한 초특급 고속정들을 보유하고 있는 미더운 우리 해군이기에, 비상시 운운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럴 일도 없겠지만 만에 하나 해양을 통한 국가 위협에 직면했을 때는 사태의 성격과 비중을 따라 잠정적으로 민간 항구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화순항 해군부두 건설은 전혀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이를 강행하려 한다면 필경 해군부두 건설은 빙산의 일각이요, 점진적으로 거대한 군사기지로 화하는 단계적 조치로 이해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의문이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면 작금에 정부 당국이 추진하는 해군부두 건설행위는 제주도민을 우롱하는 중앙정부의 비도덕적 행위일 뿐 아니라 제주도민의 미래적 희망을 안보라는 미명하에 짓밟아버리는 일이요, 권력의 잔인하고 음흉한 기만적 통치행위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오늘을 사는 제주도민들과 대대에 살아가야 할 우리의 후손들의 평화에 대한 희망을 박탈함은 물론, 도민들이 이 겨레와 세계 속에서 당당하게 기여하며 살아갈 미래적 정체성과 가능성마저 짓이겨버리는 무서운 음모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명쾌한 설득도 없이 어정쩡하게 밀어붙이려는 불순한 의도가 우리의 슬픈 우려를 고착시키고 있다면 지나친 표현인가?

이토록 엄청난 사안이 도민들의 몸부림치는 생존적 저항을 깔아뭉개며 옥죄어 가는 판국에 3기 민선 지사인 우근민씨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능글맞게 능청이나 떨면서 묘하게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면 단 하루라도 그 자리에 앉아있을 이유가 무엇인가?

맹수에게 쫓기는 타조가 필사적으로 뛸 생각은 접어놓고 깨진 바위 틈 깊숙이 대가리를 쑤셔놓고 있으면 안전할 것이라는 한심한 위기 관리 행위가 몸통뿐 아니라 쑤셔넣은 머리통마저 맹수의 밥이 된다는 미련한 처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는가?

1905년 7월 29일 도쿄에서 체결된 태프트 가쓰라 밀약은 그해 11월 17일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치밀한 수순이었고, 이는 경술국치로 이어지는 이민족(異民族) 삼제의 비극적 드라마인 셈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 미국과 일본 정부 및 오키나와현 사이에 체결된 협약이 2014년까지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완전 철수한다는 합의내용이라는데, 이렇게 철수되는 미군기지 이전(移轉)의 대상지가 동북아의 어느 곳이라는 사실을 극비에 부치고 있는 것은,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 사이에 제주도를 놓고 제2의 태프트 가쓰라 밀약이 체결된 것은 아닌가 하는 심증을 굳게 할 수밖에 없게 한다.

화순항 해군부두가 오키나와의 미군을 이전하기 위한 교두보 확보 수순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제주도민의 생존권과 희망을 사수하기 위해 생명을 걸고 선봉에 서서 싸우는 자랑스러운 도지사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이 바람이 가련한 희망으로 끝나지 않도록 도지사의 대오각성과 믿음직한 헌신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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