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20분 책읽기로 하루를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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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중, 'BOOK소리'운동 전개...책축제.주민독서모임 등 다양

남자 중학교의 점심시간은 요란하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아이들은 흙먼지를 날리며 공을 차고, 농구골대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 틈을 지나 닿은 건물의 2층 한편에서는 또 다른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독서 이야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제주중학교(교장 변종현)의 핵, 도서관이 바로 행복의 발원지였다.

 

▲도서관은 쉼터=제주중은 비좁은 학교 부지로 인해 운동장은 물론 학교시설도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그럼에도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각별하다.

 

2002년 전산화 프로그램을 자체 구입해 학교 4층에 문을 연 도서관은 2007년 현재 위치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교실 2개 규모인 도서관은 접근성이 용이해졌고, 자연히 아이들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내성적인 아이들에게는 책과 함께 편안히 쉴 수 있는 쉼터 역할을, 정말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마음의 양식을 쑥쑥 쌓아가는 공간이 된 것이다.

 

‘절대 미소’로 도서관 분위기를 이끄는 학부모 사서는 날마다 입구에 새로운 ‘시’를 적어놓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올해부터 수요일마다 수요데이 행사가 열려 책 읽어주고, 영화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퀴즈와 게임으로 신나게 놀 수도 있다.

 

비록 넉넉한 공간은 못되지만 쿠션까지 갖추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BOOK소리’를 울려라=올해부터 제주중의 아침 풍경이 달라졌다.

 

그동안 아침 단골 메뉴였던 ‘얘들아, 청소해라’가 “얘들아, 책 읽자”로 바뀐 것이다.

 

오전 8시10분. 교실마다 아이들은 물론 교사들도 책을 펼치고 자리에 앉는다.

 

모두가 함께 하는 하루 20분 아침독서 시간인 ‘BOOK소리’가 시작된 것이다.

 

독서기록장인 ‘북소리’에는 독서의 역사가 기록된다.

 

이를 위해 교실마다 방방문고(학급문고)가 설치됐다.

 

방방문고는 매달 15일 도서관에서 23개 학급에 40권씩 대출하는 책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가방 속 책 한 권’운동을 통한 학급 공동의 책, 그리고 개인 소유의 빌려주는 책까지 100권 정도 규모로 운영된다.

 

아이들은 하루를 독서로 시작하며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지식과 교양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다.

 

1학년 김준환군은 “아침에 책을 읽으니까 기분 전환이 돼 상쾌하다. 바로 옆에 책이 있으니까 손쉽게 접할 수 있는데, 좋은 이야기는 감정을 순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학년 박병민군은 “전에는 국어시간에 5분간만 책을 읽어 아쉬웠는데, 책읽기에 충분한 시간을 줘서 너무 좋다”고 거들었다.

 

이 같은 책 읽기 활동은 상찬의 도구로만 사용된다.

 

강순희 교사는 “그동안 독서활동을 지나치게 관리 위주로 해왔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는 독서기록장 등도 수행평가에서 제외시켰다”며 “의무에서 벗어나 자유로움 속에서 아이들의 내공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사들도 책 읽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교무실에는 수달문고(수업의 달인)를 설치하고, 교과.감성코치 목록 및 책을 비치함으로써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함께 읽어 행복해요=올해 제주중에는 3개의 이색 책읽기 모임이 생겼다.

 

교사들의 독서모임 ‘책 읽는 소리’와 주민독서모임 ‘책마루’, 학부모 독서모임 ‘책마루’가 그것이다.

 

월 1회 정기적으로 뭉치는 2개의 ‘책마루’는 따뜻한 난간마루에서 할머니 무릎을 베고 옛날 이야기를 듣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름 붙여졌다.

 

학부모와 주민의 문화사랑방으로 학교 도서관을 개방한 것이다.

 

특히 주민독서모임은 용담1동사무소와 협력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도심지역에서도 도서관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 학교의 다양한 역할을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시선 집중 ‘책축제’=2003년부터 2년에 한 번 열리는 ‘제주중 책축제’는 다양한 체험행사와 이벤트로 일찍부터 이목을 끌었다.

 

책축제가 열리는 날, 제주중은 학교 전체가 거대한 체험 도서관으로 변신한다.

 

각종 테마를 다룬 방이 마련돼 관련 책을 전시하고, 연관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교내 곳곳은 학생들의 작품으로 가득 하고, 독서토론과 인문학 강좌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다.

 

2007년에는 제주출신 박시백 화백이 초대 작가로 참석하기도 했다.

 

오는 9월로 예정된 올해 행사는 ‘1일 이벤트’에서 ‘주간 행사’로 바뀌고, 그동안의 개별활동 위주에서 학급단위 집단활동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어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침 20분의 독서 시간을 기반으로 내공을 쌓아 둥둥둥 ‘BOOK소리’를 울리겠다는 제주중의 시도가  ‘행복한 책읽기’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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