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일상의 활력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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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TV 화면을 접할 때면 “갖고 싶지만 꼭 필요한지”, “욕심은 나지만 갚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뒤 쓰라고 유명 탤런트들이 살가운 충고를 해댄다.
문득 근검절약 캠페인인 듯 생각들지만 알고 보면 한 카드회사의 광고 카피다.

최근 신용카드 연체 이용이 연쇄 살인사건을 야기하는 등 사회문제로 번지면서 소비자들의 반감을 수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하나인 듯 싶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극적인 문구를 동원하며 카드 발급에 혈안이 돼온 광고 컨셉트의 이 같은 변화는 우리 주변에도 어느덧 ‘신용카드 시대’가 도래했음을 시사해 준다.

우리나라 신용카드 발행 규모는 이미 1억장을 넘어섰다 한다.
경제활동인구 대비 1인당 4.3장꼴이다.
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음은 물론 언제든 자신의 경제능력을 넘어선 소비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개개인의 씀씀이가 커진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속담처럼 이 카드, 저 카드를 펑펑 쓰던 이들이 어디에 쓴지도 모르게 빚이 늘어난다는 데 있다.
처음엔 얼마 안 되는 액수였더라도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보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연체하게 되고 결국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한번 신용불량자가 되면 다시 신용을 회복하는 게 쉽지 않다.
당장 돈줄이 막힐 뿐만 아니라 본인 명의의 재산 보유는 고사하고 취업도 자연히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소득이 줄어 빚을 더 지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거나 아예 자포자기 상태로 떨어질 우려가 크다.
이른바 ‘빚의 덫(trap of debt)’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고율의 연체이자에 시달리는 이들이 급기야 카드 빚을 못 이겨 자살하는 사례까지 종종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던져 준다.

미국의 경제사회학자 로버트 매닝은 ‘신용카드 제국’이란 저서에서 ‘모든 사회에 걸친 신용카드 중독현상을 결코 개인의 낭비벽이나 재테크 개념 문제로 희석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신용카드 제국은 선량한 시민을 사회적으로 조장된 소비의 덫에 몰아넣고 그 결과를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냉혹한 얼굴을 지녔다는 주장까지 편다.
그만큼 소득과 소비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제윤리의 당위성을 엄중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카드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사실이 공공연히 확인되면서 금융기관과 재벌기업들이 앞다퉈 이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도 외환위기 이후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앞장서 카드 사용을 권장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신용카드 발급 기준이 느슨한 상태에서 늘어만 가는 신용불량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에 대해선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자칫 신용카드 부실화가 제2의 금융위기를 초래하고 집단적인 개인 파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정부는 이 같은 위기상황을 감지해 ‘개인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중채무자의 빚 부담을 덜어주고 급증하는 신용불량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나름대로 내놓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들에 대한 금융서비스가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제한돼선 안 되겠지만 이용자 스스로 절제의 미덕을 곱씹고 되새겨 봐야 한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친다’는 경고가 알코올 중독자에게 얼만큼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돈을 쓰면 쓸수록 삶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요구받게 되고 그것을 얻을 수 없을 때는 ‘빚 내고 빚 갚기’도 힘들어지는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

‘달라이 라마’는 행복의 정의를 ‘열린 마음으로 삶의 기쁨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상태’로 설명했다.

과욕을 금하고 분수를 지키며 살아가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지혜를 발휘하는 것만이 무시무시한 ‘부채의 늪’에 빠져들지 않는 유일한 탈출로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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