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냉정하게 평가하자
제주를 냉정하게 평가하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요즘 제주사회를 보면 엄청난 대립과 갈등의 중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회 여러구성요소들이 지역현안 문제를 놓고 사사건건 부딪치며 서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행정계층구조 개편은 장기간 논의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주민투표 실시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자치단체장들 끼리 정치적 속내를 감춘채 '행정의 비효율성은 제거돼야 한다"며 혁신안 선호측과 "지방자치 근간인 풀뿌리민주주의 후퇴이다"며 점진안을 선호측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도민들을 상대로 여론몰이에 열중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견인차 역할을 할 7대 선도프로젝트도 첫삽도 뜨기전에 일부는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첨단과학기술단지와 예래동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은 사업추진의 최대 관건인 토지 문제를 놓고 개발센터와 토지주들간에 마찰을 빚고 있으며 쇼핑아웃렛사업은 '지역상권의 상생방안'이란 연구용역이 발표됐으나 용역전과 달라진 것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도내 지성인들의 집합체라고 자부하고 있는 대학가는 총장선거 후유증으로 한 쪽이 '옳다' 하면 다른 한 쪽은 '그르다'는 식으로 갈라진채 치열한 공방은 벌이고 있다. 대학 울타리 밖 도민들의 비난 여론은 안중에도 없다.

여기에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자칫 도민갈등의 핵으로 부상할 우려를 낳고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건 사회적 구성요소간에 대립과 갈등이 있어 왔으며 때로 이런 갈등은 그 사회를 균형있게 이끌어 가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 한 사회의 기존의 구도를 바꿔보겠다고 하는 입장에서는 이 같은 대립과 갈등은 불가피한 과정으로 간주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자칫 외부에게 제주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도민적 논쟁이 정반합의 과정으로 흡수되지 않고 사회파괴적으로 작용하는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실제로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 출신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제주시내에서 있은 조찬 간담회장에서 제주도의 국제자유도시 개발 진행상황과 도민들의 분열적 양상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문위원장은 "(지금의 국제자유도시 개발방식)은 부산, 인천, 광양과 경합 관계에 있는 데다, 기업도시법이 통과되면서 복합관광레저도시, 지식현식산업도시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투자유치, 중앙예산 확보 등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국제자유도시 개발을 처음 도입할 때 '시간과의 경쟁'이라고 누차 강조했는데도 내부적 논쟁을 너무하는 바람에 5년 정도는 늦어져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더 어려운 점은 경제규모와 인구와 전국의 각각 1%에 불과하는 등 정치적 힘이 없는데도 제주가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특히 대학총장과 교육감,도지사 등이 각종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분열적 양상은 '창피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재외도민까지 똘똘 뭉쳐서 집요하게 파고 들어도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이)될까 말까하다"고 지적했다.

제주출신이 오죽했으면 어머니 품과도 같은 고향 제주를 향해 이렇게 쓴소리를 했겠는가.
이제 제주인들은 스스로 현실을 직시해 제주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외부의 평가는 낮은데도 우리가 스스로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자칫 과대망상 증후군으로 악화될 수 있다.

이 같은 쓴소리에 귀담아듣지 않고 언제까지나 '관광 제주' '청정 제주' '감귤산업' 등 자기 만족에 빠져서는 곤란하다. 자존심과 오기는 제주발전의 엄청난 장점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치면 아집과 독선, 자만심으로 굴러떨어져 제주발전의 암적 존재가 될 수 있다. 제주가 외부인 혹은 외부 투자자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터부가 강할 경우 어느 기업도 제주를 거들떠 보지 않을 것이다. 국제자유도시 투자환경은 제도에 우선해 도민적 분위기가 조성하는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