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분비의 습관화를 통한 정체성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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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실연과 이별의 슬픔, 고통스러운 질병 등 힘겹고 괴로운 것들을 극복해야 될 때가 있다. 이런 것들을 하나씩 해결할 때마다 강해져 간다. 이 같은 불굴의 심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여러 종류의 마약과 같은 성질을 지닌 뇌내 물질의 덕택이다.

그 가운데 가장 강력한 진통작용을 하는 것이 베타엔도르핀이다. 1975년 영국 에버딘 대학교 생화학자 한스 코스터리치 교수가 이 물질을 발견하고 체내에서 생성되는(endorgenous) 모르핀(morphine)이라는 뜻에서 엔도르핀(endorphine)이라고 명명했다.

엔도르핀은 일반 마약물질처럼 중독성은 없으며, 진통효과가 오래 가지 않는다. 웃고 즐거워할 수 있는 환경이 계속 만들어지지 않으면 고통이 다시 엄습한다. 그러나, 매일 연습을 통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베타엔도르핀이 분비되도록 습관화할 수 있다. 즉, 베타엔도르핀의 법칙이라는 것은 ‘호르몬에는 습관성이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인간을 단련시킴으로써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법칙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베타엔도르핀이 분비되는 공식이 한 번 만들어지면 다음부터는 이 틀에 따라 저절로 분비되며, 이것이 되풀이 되면 분비 리듬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렇게 해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체질을 만드는 것이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는 강인한 생활 역시 베타엔도르핀이 완성한 인격이다.

발레리나(ballerina)에게는 마르고 늘씬한 체격이야말로 생명이다. 발레리나의 체형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베타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다. 매일 혹독한 훈련을 계속하면 에너지 발산은 당연하고, 베타엔도르핀은 자기 자신의 것이 된다. 즉, 훈련의 횟수를 거듭할수록 베타엔도르핀 체질이 형성된다.

호르몬은 사람에 따라 분비되는 방법과 양이 다르며 그로인해 저마다 성격과 기질, 개성, 창의력 등에 차이가 생긴다. 이를테면 당신을 당신이게 하는 정체성의 밑바탕에는 호르몬의 이런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위험한 순간에 엄청난 힘을 발휘할 때는 몸 안에서 강력한 각성작용을 하는 아드레날린(adrenaline)이 방출된다. 이 호르몬은 ‘무섭다’라고 생각할 때 조건 반사적으로 분비되는 것으로 순발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것은 맹독성이어서 유사시에는 민첩하게 작동되지만, 지속성이 약해 긴장한 찰나가 지나면 순식간에 신진대사로 사라져버린다. 천부적인 자질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런 아드레날린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의미있는 삶을 위해 필요하다.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은 도파민 이상으로 그 성분이 강렬하여 독성만 비교하면 자연계에서는 복어와 뱀의 독 다음으로 강력하다. 이 노르아드레날린은 뇌내 물질 중 가장 막강한 각성작용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체내에서 그토록 강한 독이 만들어지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겠지만, 격렬하게 화를 내면 두통이 일어나고, 전신이 떨리고, 혹은 심하면 기절하는 원인이 됨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의 평소 분비량은 적당한 양이어서 매일 살아가는데 활력을 주고 있다. 그래서, 이 물질은 우리의 심신을 활성화하고, 각성작용을 하면서 수면과 심신의 기운을 관장하는 ‘생명 리듬의 근원’이다.<변종철.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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