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과 젯밥
염불과 젯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오랫동안 투병을 하여 병을 이겨내신 선생님을 축하해 드리려고 만나 뵈었다. ‘의사 말을 그대로 따랐으면 난 벌써 죽었을 거야, 의사들은 환자를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얼마짜리 청구서를 만들 수 있을까 그 궁리만 해. 서적을 읽어서 나 자신의 상태를 파악해서 의사의 처방도 무조건 따를 것이 아니라 면밀히 검토하고 응용해야 만 살 수가 있어’라고 하시던 선생님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너무나 쓰라린 체험을 하신 것 같았다.

사실 돈은 막강하게 우리의 삶을 휘두른다. 돈이 갖는 교환 가능성이 너무나 광범위하고, 물물교환 시대가 사라지면서 돈은 도덕적 주관적 가치를 초월하여 절대적 객관적 가치로 통용되기 때문에, 돈은 전지전능하고 무소부재의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 단일 신이나 전능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만이 유일한 전승자로 보이며, 도의적 책임이나 인간의 평등, 존엄성 등은 돈 앞에 무색해지는 듯 하다. 모든 이상한 일이 발생하는 데에는 반드시 이상한 돈이 관련되는 것이 공식처럼 드러나고, 돈과 관련되면서 판단력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예가 수두룩하다. 돈의 위력에 압도당하여 본연의 자기 역할을 제대로 실행하는 사람이 정말로 드물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염불에는 뜻이 없고 젯밥에만 마음이 간다는 말이 우리들 삶의 정곡을 찌르는 것 같다. 소신을 가지고 자기 일을 제대로 성심껏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 이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되어 가는 듯 하여 걱정된다. 이런 풍조 속에서 우리 건강과 생명에 관련된 일을 하는 의사들만은 다른 사람보다 더욱 고매하고 도덕적으로 사명감을 갖고 일하기를 바라는 우리의 소망은 과연 타당한가. 만에 하나 의사가 환자에게 엉뚱한 검사나 자꾸 시키고, 살금살금 병을 더 지속되게 하는 약을 주면서 평생 노예처럼 그 병원에 돈을 바치며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고 시도한다면 그 내막을 파악할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겠는가. 제발 사악한 의사는 만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나 할 밖에 방법이 없다.

얼마나 돈을 많이 가지면 만족할 것인지 우리들의 끝 모를 욕심은 동서고금의 역사를 보지 않더라고 가지가지 형태로 표출된다. 뇌물 받는 정치인, 부와 권력을 배경으로 되지도 않을 일을 저지르도록 선생을 망치고 교육을 망치는 학부모, 형태도 다양한 사기와 범죄 등에 투사되어 거의 날마다 뉴스는 우리들 욕심을 다룬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세계에서 상위권이라는 말도 들린다.

그런데 좀 찬찬히 생각해 보면 돈이 줄 수 있는 것이 실제로는 대단한 것도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돈으로 실력을 사서 갑자기 유창한 외국어를 구사한다든가, 여러 가지 지적 신체적 능력을 큰 돈 주고 금방 사서 누릴 수 있다든가, 오랜 친구와의 우정이나 주변 동식물을 향한 사랑, 가족생활의 기쁨 등을 비싼 값을 내어 사온 예는 아직 없다. 돈이 많아지면 오히려 우리의 심성은 왜곡되고 관계들은 변질되고 망가지기 쉽다는 것을 여러 경우를 통해 우리는 겪는다. 또한 돈의 위력에 기가 팍 죽어서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돈에 끌려 다니다 보면 삶은 엉망이 되고 만다는 것을 좀 일찍 알 필요가 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악착을 떨다가는 그 대가로 몸을 바쳐야 하며 이 세상도 하직이다.

봄이 오는 것을 돈으로 막거나 가을이 끝나는 것을 돈을 뿌려 막을 수 있는가. 결국 자연의 신비한 힘과 순환은 어떤 수단으로도 어쩌지 못하고 순응해야 한다. 내 몸도 자연이니 자라고 늙고 스러져 가는 것을 돈으로 막을 길 없다. 비가 내리면 맞아야 하는 것처럼 떨어져 내리는 죽음의 공포도 그대로 받아들여야한다. 돈을 내고 그만 멈추게 하라고 할 수 없다. 돈을 키우려고 애쓰느니 힘을 덜어서 진정한 나의 것을 찾아내는 데 좀 더 할애 한다면, 그래서 그걸 알고 지키고 키워나간다면 우리의 삶은 좀더 밝아질지도 모른다. 젯밥도 열심히 염불을 한 후에 비로소 효험 있는 젯밥이 되지 않겠는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