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며칠 전 친구가 들려준 얘기다.

50대 초반의 직장 선배는 걷는 것이 취미라, 일요일 아침에는 어김없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기를 수년째라 했다.

올 봄에는 일주도로를 걸어서 완주했다는 것이다.

제주시에서 동회선으로 서귀포시를 거쳐 다시 서회선으로 제주시까지 8주 걸렸다 한다.

걷다가 지치면 쉬고, 점심은 마을 식당에서 해결하고, 저녁 무렵엔 시외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식의 행로다.

여름철엔 5.16도로, 동부관광도로, 서부관광도로를 완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제주의 혼과 지혜를 느끼고자 한다는 것이다.

▲사실 길은 삶과 같다.

일단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은 길 나름이다.

즐겁고 편한 길도 있고, 위험천만한 길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적게 다니는 길은 일종의 모험이라 할 수 있다.

선택하여 걷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신이 길을 개척하여 간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고 매력적이다.

한편으론 풍찬노숙(風餐露宿)의 고난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여러 길을 걷게 된다.

그 길은 자연의 길이기도, 인생의 운명이기도 하다.

▲지금 제주에는 자연의 길이 사라지고 있다.

반면에 아스팔트로 포장된 고속화 도로는 많아지고 있다.

도심지 밖 농어촌 지역 오솔길도 포장도로 일색이다.

밭 돌담만이 외롭게 제주 고유의 정감을 느끼게 할 뿐이다.

아파트 뒤편 소나무 숲 속 산책길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제주 마을의 역사. 문화. 환경 공간인 올레까지 시멘트가 침입할 기세다.

아마 중산간 들녘이나 오름이 아니면 살아있는 땅의 기운을 맛볼 수 없을지 모를 일이다.

제주의 정신문화가 온전할 리 없다.

실체로서의 길은 곧잘 인생의 역정(歷程)으로 상징된다.

그 역정이 삭막해진다는 말이다.

자연의 길만은 비포장 그대로 두어야 하는 이유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