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한창인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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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한창인 데
장가 못간 옛 날 노총각은 나름대로 아내를 얻을 수 있도록 풍속적인 보장을 받고 있었다.

‘보쌈 각시’가 그중 하나다.

어렵게 혼자 사는 과부를 노총각의 친구들이 보에 싸서 업어오는 일종의 약탈 결혼이다. 이렇게 봄날 밤중에 약탈해온 신부를 ‘보쌈 각시’라 했다.

업어오기 전에 은밀히 서로 내통하기에 사실 행위만 약탈일 뿐, 합의결혼이랄 수 있다. 보에 싸거나 업어갈 때 소리지르는 신부가 거의 없었다.

이웃들도 그런 광경을 목격해도 모른 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노처녀다.

노총각을 보에 싸서 업어올 수도 없고, 그런 풍속적 사회보장도 없었다.

대신에 이런 사회적 믿음이 있었다.

어느 고을에 노처녀가 있는데 시집을 못 가고 있으면 그 한이 사무쳐 그 고을이 반드시 가물게 되는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해마다 봄이 오면 지방 수령들은 만사를 제쳐놓고 어느 고을 어느 동네에 시집을 못간 처녀가 있는지를 찾아 나선다.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보면 나이 30이 가까워도 가난하여 시집을 가지 못하는 처녀가 있으면 원님이 혼수를 조달하고 혼처를 마련해 주도록 했다.

또 집안의 여식(女息)이 노처녀가 되도록 시집을 보내지 않는 가장을 찾아내어 중죄에 처하도록 했다.

목민심서(牧民心書)에 보면 원님이 할 일로 매년 맹춘(孟春)에는 남자 25세, 여자 20세 이상의 과년한데도 혼인을 하지 못하는 자를 골라 중춘(仲春)에 혼인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봄이 오면 마을마다 동네마다 “시집가라 장가가라” 난리를 떨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의 결혼기피 의식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결혼은 여자의 무덤이라고 했던가. 결혼은 어디까지나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고 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독신이나 동거생활보다 결혼이 더 행복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30%에 그쳤다고 한다.

‘결혼=행복’이라는 인식이 빠른 속도로 희석되고 있다.

지금 창 밖은 봄이 한창, 산과 들이 온통 ‘맹춘’이요, ‘중춘’인가 했더니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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