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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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범행을 저지른 두 죄수가 잡혔다.

물증은 없고 자백을 통해 범죄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형사가 죄수를 제각각 불러 말했다.

“둘 다 부인하면 풀어주겠다. 그러나 한 사람이 자백하고 다른 사람이 부인하면 자백한 사람은 사건해결에 협조한 대가로 풀어주고 부인하는 사람에겐 10년 형을, 둘 다 자백하면 모두에게 5년 형을 살도록 하겠다.”

이 경우 죄수의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무엇일까.

자백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백을 할 경우 풀려나거나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두 죄수는 나란히 범행사실을 털어놓았다 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다.

게임이론에서 주로 애용되는 사례다.

언뜻 보기엔 두 죄수의 선택은 매우 불합리해 보인다. 함께 모르쇠로 일관했다면 곧바로 석방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이론은 합리적인 선택은 자백이라고 말하고 있다.

형사 심문에 응하는 경쟁 상대가 어떠한 선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의 최선은 자백이라는 것이다.

그 자리엔 인간의 이기심이 똬리를 틀고 있다.


▲게임이론은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반복했을 경우엔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협상과정에서 모의실험이 이뤄졌다. a는 상대를 신뢰하는 방향에서 늘 협상에 임한 반면 b는 철저한 이기심으로 상대를 대하도록 했다.

A는 처음 한 두 번은 상대에게 넘어가 손해를 보나 대신 주위로부터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그에 대한 신뢰는 많은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당연히 b는 그 반대였다. 처음 몇 차례 반짝 성공하는 듯 했으나 점차 주위로부터 믿음을 잃기 시작했다.


▲신뢰의 경제적 가치를 명쾌하게 정리한 학자는 아마도 프랜시스 후쿠야마박사일 것 같다. 그는 1995년에 펴낸 자신의 저서 ‘트러스트’를 통해 이기심이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아담 스미스의 경제학이 전부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공통의 규범을 바탕으로 서로 믿고 존중하며 자발적으로 협력하게 만드는 신뢰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신뢰 사회가 치러야 하는 경제적 비용을 그 예로 들었다.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변호사를 찾아 돈을 지불하고 공증을 받는 경우 등이 그 예다.

그는 당시 한국사회를 저신뢰 사회로 분류하며 한국경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지도자의 말과 정부 정책을 국민이 믿지 않는 사회, 글로벌시대에 지연 학연 등 연고주의가 판치는 사회 등 저신뢰 사회의 속성을 골고루 갖췄다는 것이다.

근래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는 정부 핵심인사의 비리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러니 후꾸야마 박사의 주장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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