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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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色) 이름 상표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니까 상표에다 색을 입힌 상품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허청은 최근 5년 동안 7000여건이 넘는 상품이 색깔 명을 상표로 출원했다고 밝혔다.

선호하는 색깔은 ‘초록’(35.2%), ‘파랑’(21.4%), ‘하양’(15.3%), ‘빨강’(10.9%) 순이었다.

‘초록’은 친환경적이며 조화와 균형을, ‘파랑’은 차분함과 건강함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또 ‘하양’은 순수함과 깨끗함을, ‘빨강’은 정열적 이미지가 뚜렷하여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색깔은 상품의 특성을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상품 자체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기에 안성맞춤이다.

결국 소비자 구매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판매 전략도 이젠 색이름 전쟁이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록’은 ‘녹색’으로, ‘하양’은 ‘흰색’으로 불렸다.

그러나 ‘녹색’은 한자어에다 색 수식어로 부적합하여 순 우리말인 ‘초록’으로 바꿨다.

‘흰색’ 역시 순수 우리말인 ‘하양’으로 바꾸고, ‘흰’은 수식어로만 사용키로 했다.

최근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이 확정한 우리말 색이름 체계의 국가규격(KS)에 의해서다.

특히 자연이나 동.식물 등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관용색이름이 대거 표준화됐다.

디자인 혁명시대에 색 이름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색이름은 그 자체를 통해 사람의 감성이 함께 전달된다 한다.

색이름 표준화 작업도 결국은 고감성 색채시대에 걸 맞는 노력들이다.

▲이 가운데 한국인의 피부색을 색깔 명칭으로 사용해온 ‘살색’은 뜨거운 논란을 불렀다.

‘살색’은 크레파스나 물감의 색깔로 학생들이 많이 사용해왔던 터다.

이에 2000년 외국인 노동자로부터 인종차별 시비를 부른 뒤 2002년 ‘연주황’으로 바꿨다.

하지만 2004년 8월 어린이 6명이 다시 인권위에 진정했다. 약할 연(軟). 붉을 주(朱). 누를 황(黃)이란 한자 세 개를 섞어 만든 어려운 단어는 어린이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알기 쉬운 ‘살구색’ 등으로 바꿔주도록 요구했던 것이다.

마침내 이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이번에 ‘살구색’으로 최종 확정됐다.

어린이들이 찾은 아름다운 우리말 색이름 이었던 것이다.

인권 차원에서 접근한 깜찍한 발상도 새롭지만, 무엇보다 이들은 사회 곳곳에 어려운 명칭들이 남발되고 있지 않은지 둘러볼 것을 어른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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