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소년의 기억속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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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섭씨, 25~30일 연갤러리서 첫 번째 개인전

어느 시골 소년에게 푸른 잎이 무성한 키 큰 나무는 친구들과 한바탕 신나게 공차기를 하고 난 뒤 숨을 고르던 안식처이자 하늘을 보던 통로였다. 어른이 된 소년에게는 ‘고향의 기억’이었다.

 

하지만 그 나무들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사라진지 오래다.

 

나무만이 아니다. 나무와 함께 보았던 하늘도, 나무가 지켜오던 할머니의 집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화가 조기섭씨가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찰나의 순간들을 모아 첫 번째 개인전을 연다.

 

‘만들어진 환상, 움직이지만 멈추어진 풍경’을 주제로 한 조씨의 개인전은 타인에 의해 자본화되어진 고향, 또 자본화로 인해 갈등은 겪고 있는 동물들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황금이 되고 싶은 말’과 ‘부엉이 탈’, ‘뽕짝’, ‘토끼부인’ 등에서 나타나는 동물들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재주꾼’ 원숭이가 화려한 꽃무늬 옷을 입고 알록달록 네일아트로 한껏 멋을 부리며 공연을 위해 무대에 섰지만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는 원숭이 치고 표정이 밝지 못하다. 원숭이 두통수에 테니스를 치는 여성이 라켓보다도 큰 농구공을 치는 모습은 제주의 자연이 필요 이상으로 훼손돼 자연이 버거워 하는 모습을 냉소적으로 바라본 작가의 시선을 담았다.

 

황금색 털과 파란 눈을 가진 ‘황금이 되고 싶은 말’은 서양의 가치를 제주말(馬)에 들이댄 실리성을 꼬집고 있다.

 

이렇게 작가에게 있어 제주지역 일상의 풍경들은 과거의 기억 속에 자리한 시각적.촉각적 이미지와 겹쳐진다.

 

하지만 무거운 주제와 달리 작품들이 결코 무겁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과감하게 선택한 다채로운 아크릭컬러 때문이다.

 

제2회 연갤러리 신진청년작가 기획전으로 마련되는 조기섭씨 개인전은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문의 연갤러리 757-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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