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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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다 들켜서 선생님한테 걷어 차이고 뺨 맞은 데 격분한 한 고교생이 “교무실에서 반성문 쓰고 있는데 샘이 내 머리를 발로 밟는다.// 결국에는 금연학교까지 갔다 오니/ 샘이 아는 척 하지 말고/ 수업에도 들어오지 말란다.”라고 썼다.

고등학생들이 쓴 시를 모은 ‘버림받은 성적표’에서 인용했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부산시 소재 고교생 81명이 쓴 시를 엮었다고 하는데 제목이 ‘담배’다.

우리나라에서 시대를 불문한 전형적인 흡연에 대한 추억이다.

▲제주출신 언론인 서명숙씨(48)가 지난해 이맘때 ‘흡연 여성 잔혹사’를 써 화제가 됐었다.

책에 따르면 담배가 권력의 상징,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1970년대에는 여자를 억압하는 놀라운 물건이었다는 것이다.

그녀에 따르면 유신체제 아래 대학생에게 공부외에 허용된 건 술과 담배뿐이었지만, 여학생에게는 그나마 그 자유도 제한됐으니 가히 담배의 잔혹사라 부를 만 했다는 것.

자유와 위안을 주는 담배 한 대를 피우기 위해 벽으로 가려진 곳을 찾아야 하는 흡연 여성의 현실을 두루 기록한 그녀도 이십칠년간 생사고락을 같이한 담배를 끊었다.

“여자가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는 것과 담배를 끊는 것 모두 담배로부터의 해방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 자유로운 흡연보다 금연이 주는 성취감이 훨씬 크고 강력하다”라는 말과 함께.

그러나 금연을 한 그녀에게 담배는 여전히 잔혹사로 남아 있을 것이다.

▲최근 잇따라 담뱃값이 인상됐다. 7월에 또 오른다고 한다. 1.4분기 경제성장률이 2.7%에 그쳤다는 분석에서 담배소비의 감소가 컸다는 발표를 둘러싸고 설왕설래다. 저(低) 성장 이유에 대해 한국은행이 “작년 말 담배 사재기로 올해 초 담배 생산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궁색한 풀이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담뱃값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게 말이 되는냐”고 발끈했다. 가짜 담배도 기승이다. 담뱃값이 오르니 중국과 북한에서 제조한 ‘말보로’ ‘마일드세븐’ 등 짝퉁 외제담배를 밀반입하려던 조직이 잇따라 적발됐다. 적발된 밀수담배만도 60억원에 이른다. 지난달 31일 제18회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정부는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담배 제조와 판매를 아예 금지하라는 민간의 입법청원도 제기된 상태다.

이래저래 담배 잔혹사다.

흡연자는 계속 오르는 담뱃값 걱정에, 금연자는 한모금 담배생각에 고민은 깊다. 흡연의 추억보다 금연의 추억이 더 강하다는 서명숙씨의 말마따나 담배의 잔혹사는 계속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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