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와 행정계층개편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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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구상안’을 확정 발표하였다. 그 안에는 제주도를 자치입법.자치재정.자치조직 및 인사 등 자치행정 전 분야에 걸쳐 파격적인 자치권을 갖는 ‘자치 파라다이스’로 육성하고, 국가사무를 제주도에 많이 이양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러한 안을 도민들이 크게 환영하고 있으며, 제주특별자치도의 추진을 위해서라도 도내 행정계층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듯 하다. 여기서 행정계층구조개편이 과연 제주특별자치도의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이 글은 필자가 지난 4월 2일자 본란에 쓴 ‘행정계층개편 혁신안의 실현가능성’에 이어지는 글이다).

제주도가 위의 기본구상안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로 될 경우, 제주도에 파격적인 자치권이 부여되고, 제주도관련 국가사무가 제주도의 자치사무로 전환되며, 행정각부장관들의 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많이 이전될 것이므로, 제주도의 사무는 현재보다 대폭 늘어나고 제주도지사의 권한은 크게 증대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근간에 논의되는 행정계층구조개편안(소위 혁신안)대로 도내 시.군이 폐지될 경우에, 혁신안에서의 2개 통합市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아니어서 자치사무를 갖지 못하므로, 현재의 제주도의 사무뿐만 아니라 앞으로 제주특별자치도가 됨으로써 중앙정부로부터 이전되는 많은 사무와 현재의 시.군의 사무들이 모두 제주도의 사무로 될 것이고, 이렇게 크게 늘어난 사무들을 제주도당국이 처리함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제주특별자치도를 추진하면서, 제주도당국은 시.군을 폐지하여 시.군의 사무를 제주도의 사무로 만들려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군을 존치(存置)시키고, 제주특별자치도가 됨으로써 대폭 증가될 제주도의 사무 및 제주도지사의 권한 중 일부를 도내 시.군과 시장.군수에게 위임 또는 이전하여 그 행정책임도 분산시킬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즉, 제주특별자치도의 합리적 추진을 위해서는 제주도당국이 현재의 국가사무 및 행정각부장관의 권한 중 어떤 것을 제주도와 제주도지사의 관장(管掌)으로 만들고, 그 중 어떤 것을 도내 시.군과 시장.군수에게 위임 또는 이전할 것인지를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연구.검토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아진다.

한편, 행정계층구조개편을 굳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추진과 연계시키고, 시.군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특례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할 경우, 그 특별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그 특별법으로 인하여 지방선거시에 시장.군수 또는 시.군의회의원선거에 입후보하고 싶지만 입후보할 수 없게 된 자를 포함하여 도내 유권자 중 어느 누가, 도내 기초지방자치의 부활을 위해서라도, 다른 지역 유권자들과 달리 불평등하게 자신의 참정권(선거권 또는 피선거권)을 제한받는 것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고, 시.군의 폐지를 규정한 그 특별법 조항이 위헌(헌법 제11조 위반)으로 판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그 자세한 논거는 2005.6.3, 올바른 행정계층구조개편을 위한 도민연대 준비위원회 주최 ‘행정계층구조개편 주민투표, 무엇이 문제인가?’ 공개포럼 기조발제 자료 참조).

‘제주특별자치도 특례에 관한 특별법’에서 시.군의 폐지를 규정한 조항이 위헌으로 판시될 경우, 시.군 폐지와 관련시켜 제주도에 대한 각종 행정특례(행정사무.조직.권한.절차.재정 등에 관한 특례)를 정한 다른 많은 규정들이 효력을 발하지 못하게 되고, 제주특별자치도는 낭패될 수 있다.

따라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제주도당국은 도내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폐지를 추진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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