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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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의 왕궁인 여릉궁(廬陵宮)에는 여름 궁전 ‘양전(凉殿)’이 있다.

이 ‘양전’에는 황제가 앉는 자리 뒤켠에 수격전차라는 물레방아 선풍기를 돌리고 전당의 네 구석에 얼음으로 빙산을 깍아 세웠다.

그 얼음산에 폭포를 내려 쏟게 하여 차가운 얼음 물안개를 방안에 뿜어 대게 했으니 얼마나시원했겠는가.

러시아 페테르스브르크에 있는 피터 대제의 여름궁전에도 전각의 천장에 폭포를 내려 쏟게 하고 내리는 물을 벽속으로 흐르게 만든 시설이 있는데 그와 비슷하다.

▲양귀비의 오빠 양국충(揚國忠)의 피서는 호사스럽기가 명나라 황제나 피터 대제가 ‘저리가라’다.

‘빙병(氷屛)’이라 하여 얼음판으로 병풍을 만들어 산수며 십장생을 조각시켰다.

그 얼음 병풍을 두르고 여름철을 보내는데 밤에 과냉(過冷)하여 좀 춥다 싶으면 살이 찐 여인 10여명을 골라 옷을 벗기고 둘러앉게 했다.

이를 살병풍 - 곧 ‘육병(肉屛)’이라 불렀으니 할 말이 더 없을 것이다.

후세에 사치를 말할 때 쓰는 ‘빙병육병’이란 말이 여기서 비롯됐다.

▲이색 피서로는 ‘용피선(龍皮扇)’이라는 게 있었다.

당나라때 부호이며 문장가 왕원보(王元寶)는 무더운 날씨에 손님이 오면 가죽 부채 하나를 앞에 내어 놓는데, 그 부채에서 시원한 바람이 절로 일어나 오래 놓아두면 한기를 느낄 정도라 했다.

‘극담록’이란 중국 문헌에 이 용피선을 언급하고 있는데, 당나라때 유학온 신라 스님들이 들여온 것으로 신라 근해안 동해에서 나는 고기의 가죽(魚皮)로 만든 것이라 했다.

무슨 고기인지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13일자 본지 사회면에는 남제주군 가시리의 온도가 31.9도를 기록해 올 들어 제주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은주를 기록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또 용담레포츠공원에서 제주생태보육협회가 주최한 단오 행사에서 ‘단오 부채’를 만드는 아이들의 사진이 실렸다.

지난달에 기상관계자들이 올 여름이 최고로 더울 거라니, 그렇지 않을 거라니 하는 논쟁도 있었지만,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 벌써부터 더위를 먹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것이 기상 탓은 아니라 우리들 삶의 질곡에서 비롯되는 ‘마음의 더위’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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