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서 깬 생명들의 봄 타령이 詩가 된다
겨울잠서 깬 생명들의 봄 타령이 詩가 된다
  • 제주신보
  • 승인 20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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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칠십리 詩공원(上)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詩공원서 봄을 재촉하다
정방·천지연폭포의 초록물결이 한반도 끝까지 전해
▲ 강부언 作 ‘서귀포 칠십리 詩공원의 바람 난장’.

칼바람도 서귀포에선 사랑에 빠졌는지
천지연 하구쯤에 올라오지 못 한다.
내 안의 발동선소리 쿵·쿵·쿵·쿵 심장소리

 

아직 꽃샘바람 떨궈내지 못한 세상
누가 먹다버렸나 뱉어놓은 멋 나무 열매
또 하나 가시로 남은 그리운, 저 파도여

 

명함 한 장 건네고 간 강남땅 제비 녀석
섶섬, 문섬, 새섬, 범섬 돌아든 길목에서
한 자락 파도 두르고 봄 타령 하고 있다.

 

뱃길 따라 이월 따라, 칠십리 그 끝자락
천지연 매표소에서 봄으로 가는 표를 산다
때 이른 발자국마다 꽃들이나 피워댄다.

           - 봄은 소리로 온다/강현수


마라도, 가파도, 지귀도 거쳐 상륙하는 봄.
詩心 가득한 「서귀포 칠십리 시 공원」에서 ‘18년 첫 바람난장을 펼친다.
서귀포 주제의 주옥같은 시편 정완영의 「바람」, 박남수의 「정방폭포」, 구상의 「한라산」, 한기팔의 「서귀포」, 이생진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등 12편의 시비와 「서귀포를 아시나요」 등 3편의 노래비 외 수많은 시편들이 젖은 잔디 사이로 고개 내민다.

 

김해곤 신임 난장대표의 “이곳 ‘갤러리 유토피아’에서 작가의 산책길과 조인해서 난장을 펼치게 된 점은 고무적입니다….” 인사말로 막을 연다. 강승수 전 서귀포부시장·도문화관광스포츠국장, 윤봉택 서귀예총회장, 조인석 어울림터 원장, 김백기 문화밧데리충전소장, 강현수 시인 외 여러분들이 빗길 마다않고 참석해준 자리다.

 

첫 공연, 아라연의 「이화우 흩뿌릴 제」 곡에 「꽃비 내리는 날」, 박연술 춤꾼은 하얀 눈 속에서 막 걸어 나온 요정 같은데, 떠난 님을 그리듯, 꿈을 꾸듯 새하얀 의상에 배꽃비를 흩뿌리며 날다 돌아드는 애틋한 춤사위를 시종 쫓게 된다. 날씨 관계상 실내 공연으로 대체한 무대가 아쉽다. 가끔씩 큰 춤사위에는 천정에 드리운 모형 구름떼도 찰랑거리며 훌륭한 조연으로 거들고 있다. 야외라면 거침없는 춤사위를 펼쳤을 거란 아쉬움과 애절한 곡에 줄곧 희디흰 꽃 가득 핀 나무 한 그루를 연상케 한, 동작 멈춰 합장한 모습엔 숙연해진다.

 

 

▲ 박연술 춤꾼이 고운 춤사위를 펼치며 동양적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무대를 바꾼 팔각정에서 서귀포 칠십리 시 공원 소개를 맡은 윤봉택 시인이다. 이곳 시공원은 1999년 태풍에 천지연 부근 지반이 약해져 재해위험지구 선정을 계기로, 2008년 김형수 서귀포시장과 오승철 서귀포문인협회장 때 조성, 당시 원로들의 자문과 강통원 및 선정위원들과 머리 맞대 진행함에 반일감정이 최고조에다, 예산 없이 시작한 우여곡절 속 탄생에 오승철시인의 기여를 손꼽는다. 난제 속에 본인도 간사를 맡아 참여, 지금도 시비 하나 들어오게 되면 서귀포문인협회의 자문을 얻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공원이란 자부심이 크다. 이 비가 봄을 한걸음 더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 덧붙인다.

 

김동현 클라리네티스트는 어려서부터 몸담은 음악에 예고 출신이라 뼛속까지 음악인이라고 치켜세우는 이상철 음악감독의 연주자 소개에 힘이 실린다. 그간 난장에 동참해온 구면의 연주자라 기대치가 웃자란다.


김동현 서귀포 관악단원은 인사와 연주곡 배경 해설에 「아 목동아」 가사도 읊는다. 연주가 끝나자 이어지는 앵콜곡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연주에 관객들은 따라 흥얼거린다. 보슬비 머금은 매화꽃밭, 팔각정 가까이에서의 연주는 주변마저 일깨운다.

 

색지로 접는 종이배 한 척 위로 저마다 소망을 싣는다. 더러는 뗏목 되어 연출되고, 누군가는 ‘당신께 가는 배’란 배명마저 붙여 파란 천, 바다물결 위로 안착시킨다.


「봄은 소리로 온다」 강현수의 시를 조각배에 싣고 “…. 섶섬, 문섬, 새섬, 범섬 돌아든 길목에서/한 자락 파도 두르고 봄 타령 하고 있다….” 김정희의 선창을 잇는 장순자·이정아·이혜정 낭송팀이다. 일렁이는 파도자락에 편승해 섬을 돌아드는 여정에 졸던 뭇 생명들조차 합세하는 봄 타령이다. 대롱대롱 봄물 문 나뭇가지의 물방울 관객도 발돋움이 한창이다.

 

 

▲ 지난 3일 서귀포 칠십리 詩공원에서 올해 첫 바람난장이 펼쳐졌다. 이날 고운 춤사위와 아름다운 선율, 가슴에 울림을 주는 시가 살랑거리는 봄비와 어우러져 눈길을 끌었다.

「바다에도 길은 있다」 이승은의 시 낭송에 밤새 매화 오려붙인 우산을 높이 든 김정희 낭송가의 선창에 릴레이 낭송이 슬며시 녹아들자 새소리도 끼어든다. “바다에도 길은 있다 물거품이 놓치는 길/마라도 발치쯤서 앞섶 다시 여미고/뒤채는 파도길 따라 새경 받으러 오는 봄….” 세밀한 보슬비 군단의 환영 의식 속에 릴레이 시낭송 퍼포먼스가 무르익는다.

 

「왜적처럼 오는 봄」 오승철의 시도 “…. 바다는 하늘의 눈발 그냥 보내지 않는다/겨우내 지상의 꽃들 모두 거덜났을 때/썰물녘 갯바위 붙들고 톳으로나 피는 거다….” 넘실대던 파도 위 대장정의 여운이 깊다.

 

온갖 생명을 노크하는 봄! 촉촉한 봄비에 설레고 희망을 품는다. 이내 스며드는 보슬비, 온 세상을 다 포용하고, 쫑긋 세운 귀 열고 함께한 향연이자 축제의 장이다.


서귀포의 정방폭포, 소정방폭포,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를 끼고 내로라하는 섬들의 고향, 대한민국 최남단을 돌고 갈 살가운 이봄, 한반도 끝까지 배달할 축제의 장이길 소망한다.


- 글 고해자
- 그림 강부언
- 사진 허영숙
- 동영상 김태현
- 시낭송 및 퍼포먼스 김정희·장순자·이정아·이혜정
- 음악감독 이상철
- 문학감독 오승철

- 공연 박연술


※다음 바람난장은 17일(토) 오전11시, 옛 구억초등학교 장소에서 진행됩니다.


※‘예술나무심기 프로젝트’에 도민 여러분들의 후원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예술나무심기는 문화예술의 향기를 전도에 퍼뜨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바람난장이 마련한 프로젝트입니다. 제주의 환경과 생태가 안정화되는 날까지 나무심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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