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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서귀포 '면형의 집'(上)
프랑스 출신 타케 신부, 1908년 4월 왕벚나무 자생지 발견
일본서 온주밀감나무 14그루 들여와 분양···감귤산업 시초
바람난장 가족들은 지난달 28일 서귀포시 서홍동 소재 ‘면형의 집’에서 에밀 타케의 숨결을 느꼈다.
바람난장 가족들은 지난달 28일 서귀포시 서홍동 소재 ‘면형의 집’에서 에밀 타케의 숨결을 느꼈다.

제주를 사랑한 에밀 타케신부

-강용준

모니카 : 신부님, 에밀 타케 신부님.

타 케 : 누군가?

모니카 : 신부님이 제 고향에서 천주교를 전교하시면서 우리나라 식물 발전에 공이 많은 분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저는 소름 돋으며 감동받았습니다.

타 케 : 내가 부임하고 맨 처음 한 일이 빚을 내어 홍리 본당을 신축하는 일이었지. 본당 신축은 했지만 선교 활동은 고사하고 빚 갚을 방법이 막연했어. 그때 일본에서 선교 활동하는 포리 신부님을 만나게 된 게 행운이었지. 그는 식물도감을 펴낸 식물학자였고 동기 신부여서 내 사정을 듣고는 방법을 알려줬지.

모니카 : 그래서 1908년 관음사 뒤쪽에서 왕벚나무 자생지를 발견한 것이로군요?

타 케 : 채집하여 표본을 일본 포리 신부에게 보냈더니 신종이라는 거야. 그래서 세계학회에서 코리아체리트리로 명명 받았지.

모니카 : 면형의 집에 가보니까 110년이 넘는 온주밀감나무가 있던데 그것도 타케 신부님이 심었다면서요?

타 케 : 왕벚나무 묘목을 일본에 보냈더니 포리 신부가 답례로 온주 나무 열네 그루를 보내주었지. 당시 일본에서는 이미 온주밀감이 산업화에 성공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교인들이 이것을 심어 소득을 올렸으면 좋을 것이라고 해서 보내 준 걸 몇 그루는 수고한 교인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홍로본당에 심었지. 당시는 제주에 일본 사람들이 많이 살 땐데, 1913년이었어. 하루는 잘 자라는 온주나무를 본 한 일본인이 과수원을 해 보겠다고 찾아왔더군. 제주 과원이 한국 감귤 산업의 시작이야.

 

김정희·이정아 시 낭송가가 퍼포먼스와 함께 고영민 시인의 시 ‘밤벚꽃’을 낭송하고 있다.
김정희·이정아 시 낭송가가 퍼포먼스와 함께 고영민 시인의 시 ‘밤벚꽃’을 낭송하고 있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기도를 한다. 때론 자식을 위해, 때론 부모를 위해, 형제나 이웃을 위해, 무엇보다 자신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기도한다.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염원하고 소망한다. 그것은 절대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백년 전 한 서양인 신부도 변화를 꿈꾸며 그의 신을 향해 늘 기도했을 것이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던 제주도민들의 삶이 사랑과 은총으로 충만하기를 진심으로 염원했을 것이다. 오늘 우리는 백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그를 만나러 간다. 제주도민들과 함께 생태영성을 통해 선교활동을 했던 프랑스인 선교사 타케 신부!

서귀포 면형의 집에서 4월 마지막 바람난장이 펼쳐진다. 사회자 정민자씨가 오늘 날씨, 너무 좋죠? 타케신부는 제주 사람들의 은인이라면 큰 은인입니다.”라고 말하며 서귀포성당 타케신부기념사업추진위원회 오충윤 위원장을 소개한다. 오충윤 위원장이 말한 타케신부에 대해서 간략하게 적어본다.

타케신부는 1873년 프랑스 북부 노르드주 출생으로 24살 되는 해인 1897년에 파리외방선교회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우리나라에 들어온다. 1902420일에 서귀포 하논본당 제3대 주임신부로 부임하고 그 해 6월에 본당을 홍로본당(면형의 집)으로 이전한다. 그 후 13년 동안 홍로본당 주임신부로 재임하면서 제주식물 연구와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이 크다. 첫째, 1908415일 한라산 관음사 일대에서 왕벚나무 자생지를 발견하여 세계식물학계에 등재시키고 둘째, 1911년 일본에서 온주밀감나무 14그루를 들여와 주민들에게 분양 재배토록 함으로써 제주 감귤산업의 시초가 되었으며 셋째, 1907년부터 본격화된 식물채집으로 수만점의 제주식물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타케신부가 처음으로 발견하여 타케라는 식물학명이 기록된 제주식물만 해도 13종이나 되며, 유럽의 대학 등에 7047점의 식물표본이 보관되어 있는 등 우리나라 식물분류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아주 크다. 서귀포성당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타케신부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왕벚나무 후계목을 서귀포성당에 기념식수하였으며 타케신부 거리조성과 타케식물원 등 각종 기념사업을 계획 중에 있다.’

면형의 집바람난장 첫 순서는 낭독공연이다. 연극인 부부 강상훈, 정민자 두 사람이 강용준 작 제주를 사랑한 에밀 타케 신부속 등장인물이 되어 감동을 선물한다. 까만 신부복을 입은 강상훈씨와 무릎 꿇고 기도하는 정민자씨의 공연을 보며 실제 상황인 듯 잠시 착각에 빠진다. 더구나 다케신부가 백년 전에 직접 심었다는 감귤나무 앞에서 이루어진 공연이니 그 감동이 더 크다.

 

밤벚꽃

고영민

 

꽃이 활짝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며칠을 더 지체했습니다

 

당신을 업고

천변에 나옵니다

오늘밤 저 꽃들도 누군가의 등에

얌전히 업혀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한 나무가 흘러내리는 꽃을

몇 번이고

추슬러 올립니다

 

무거운데

이젠 나 좀 내려다오, 아범아

내려다오

피어 있을 때보다

떨어질 때 아름다운 꽃이 있습니다

 

당신을 업고 나무에 올라

훌쩍, 뛰어내렸습니다

 

-고영민의 밤벚꽃 전문-

 

서귀포성당 타케신부기념사업추진위원회 오충윤 위원장이 타케 신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귀포성당 타케신부기념사업추진위원회 오충윤 위원장이 타케 신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어서 고영민 작 밤 벚꽃을 김정희, 이정아 두 사람이 시 퍼포먼스와 함께 낭송한다. 한 폭의 그림같다. 따뜻하지만 점점 기운을 잃어가는 어머니의 음성이 봄바람에 실려와 귓가를 적신다. 끝내 가슴을 후벼 파는 두 사람의 소리와 몸짓이다.

해와 돛을 연상케하는 두 개의 바람개비가 돌고 있다. 서란영 연주자가 그 사이로 걸어간다. 그녀가 오카리나와 팬플루트를 번갈아 가며 세 곡을 연주한다.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Dust in the wind’, ‘어매이징 그레이스를 감상하는 동안 은총같은 햇살이 백년 감귤나무 잎사귀 위로 삼십여명의 바람난장 참가자들의 머리 위로 내려 앉는다.

1부 마지막 순서는 박연술 춤꾼과 노래하는 은숙의 무대다. 은숙의 흥타령이 그리움을 담아 울려 퍼지자 박연술 춤꾼이 마리아상 앞에서 버선발로 춤사위를 만들어 낸다. ‘님을 그리는 한 여인의 몸짓은 우리 모두를 숨 죽이게 한다.

소리내어 말하지 않아도 아픈 사월이 가고 있다.

면형의 집 마당에서 백년을 살고 있는 감귤나무는 그 안에 무슨 사연들을 담고 있을까.

다가가 가만 만져보니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다음 주에 계속
 

: 손희정

사진 : 허영숙

영상 : 이정희

연주 : 서란영

낭독 : 강상훈, 정민자

시 퍼포먼스 : 김정희, 이정아

춤과 노래 : 박연술, 은숙

 

예술나무심기 프로젝트에 도민 여러분들의 후원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예술나무심기는 문화예술의 향기를 전도에 퍼뜨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바람난장이 마련한 프로젝트입니다. 제주의 환경과 생태가 안정화되는 날까지 나무심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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