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젊은이에게 겨뤄서 이기는 믿음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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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모슬포 강병대교회(上)
6·25 전쟁 때 장병들의 정신력 강화의 산실 이름 떨쳐
제주 '근대 문화재 제38호'로 근대사적 가치 높아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강병대교회. 등록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된 곳이다. 6·25 발발 이후 육군 제1훈련소가 설치돼 훈련장병들의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사진 제공=김웅철 향토사학자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강병대교회. 등록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된 곳이다. 6·25 발발 이후 육군 제1훈련소가 설치돼 훈련장병들의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사진 제공=김웅철 향토사학자

그 배를 생각함

-이종문

흥남 철수 때다

阿鼻

叫喚**

정원 쉰아홉에 만사천을 태운 배가

 

사흘 뒤 거제 항구에

무사히 가

닿았다

 

내릴 때 인원 파악을

다시 해 보았더니

모두 만사천다섯, 다섯이 더 많았다 한다

그 사흘, 그 북새통 속

햇빛을 본

 

목숨

다섯!

 

*그 배: 6·25전쟁이 한창이던195012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인한 흥남 철수 때 정원 59명에 피난민 14000명을 태워 자유의 땅으로 인도함으로서 기적의 배로 불리는 미국 화물선 메레디스 빅토리아호! 이 배는 2004단 한 척의 배로 가장 많은 인명을 구조한 세계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올랐음.

**阿鼻(아비), 叫喚(규환):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 이름

 

강상훈·정민자 연극인 부부가 67년 전 젊은이들이 훈련하던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강상훈·정민자 연극인 부부가 67년 전 젊은이들이 훈련하던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으레 모슬포가 겹쳐지는 달이기도하다.

6·25 당시 제주도는 북한의 남침으로 인한 반격의 기지였고, 그 중심에 <모슬포 육군 제일훈련소>가 있었다.

이번 바람난장은 그때 제주 젊은이들에게 정신력 강화의 산실이었던 강병대교회를 찾았다. 현무암으로 지은 오래된 이 건물은 국군공병대가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군종 교회다.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모슬포 특유의 거센 바람을 헤치고 난장 가족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고, 향토사학자 김웅철 선생과 이웃주민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김웅철 향토사학자가 지난 9일 강병대교회를 찾아 바람난장 가족들과 이웃들에게 이곳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김웅철 향토사학자가 지난 9일 강병대교회를 찾아 바람난장 가족들과 이웃들에게 이곳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김웅철 선생은 평생 6·25 관련 문헌과 사진자료 수집은 물론, 모슬포 역사의 잃어버린 퍼즐을 찾고 맞추는데 헌신한 분이다. 그는 강병대교회 관련 빛바랜 흑백사진들을 들고 왔다. 그 사진 속에는 강병대교회 상량 장면’, ‘건축 중인 교회에서 예배하는 장병들’, ‘피난민 연합예배(1951, 12)’, ‘육군제일훈련소에 위문 온 여학생들과 장병들, 67년 전 바로 이 무렵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또 이 교회는 6·25가 한창이던 1951년 신병양성소의 훈련병 정신력 강화를 목적으로 세웠다. 오전에는 기독교 신자들이, 오후에는 카톨릭 신자들이 예배를 드렸다. 제주 근대 문화재 제38로 근대사적 가치는 물론 군종역사의 상징이다. 1965년부터 공군 8546부대 기지교회로 공군에서 관리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 제주의 젊은이들이 인천상륙작전의 선봉에 설 수 있었던 힘은 강병대교회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서란영 연주가가 팬플룻으로 기다리는 마음, 에버그린, 오카리나로 스카보로의 추억을 연주했다. 언제 들어도 맑고 청아한 음색이 마음을 달뜨게 한다

이정아, 이혜정의 시낭송과 나무꽃 박연술의 춤 그리고 난장팀 4명이 십자가를 전달하는 콜라보 공연을 펼쳤다. ‘흥남 철수 때다/阿鼻/叫喚 /정원 쉰아홉에 만사천을 태운 배가/그 사흘/그 북새통 속/햇빛을 본//목숨/다섯!’ 그렇다. 전쟁 그 북새통에도 사랑을 하고 아기가 태어난다. 이종문 시인의 시와 각주가 그 모든 역사적 사실까지도 증명해준다. 시낭송을 하는 사이 교회 잔디밭 저 끝에서 양손에 길고 흰 천을 바람에 날리며 춤사위를 펼치는 춤꾼 박연술씨. 그가 맨발로 다가와 흰 천을 넘겨주자 네 사람이 서로 교차하며 십자가 형상을 만든다. ‘담대 하라, 하나님이 함께 하실 거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마라.’이르듯 십자가를 어루만지는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가 모슬포의 상처와 6·25로 황폐화된 가슴들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다. -다음 주에 계속

 

김수연 플루티스트와 마림바 연주자 오승명씨, 황재선·강영은 연주가들이 합주를 펼치며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김수연 플루티스트와 마림바 연주자 오승명씨, 황재선·강영은 연주가들이 합주를 펼치며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낭독공연=강상훈·정민자부부

오카리나와 팬플룻=서란영

플릇과 마림바 합주=김수연, 오승명과 황재선, 강영은

사진·영상=채명섭

시낭송=이정아, 이혜정

=나무꽃 박연술

그림=김해곤

음악감독=이상철

=문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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