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저수지 개발 사업으로 이주한 수몰 마을
실향민의 고향 향한 눈물이 저수지에 보태지다
수산리 곰솔(하편)
물메 둑길에서/송두영
있는 듯 없는 듯 둑길을 넘던 바람
수몰된 밭과 집터에 손에 잡히는 옛 추억
까치발 치켜세우는 내 고향, 어린 동심
시퍼렇게 어둠을 헤쳐 달려온 별빛
아롱진 얼굴들 저수지 수면에 채우면
세월을 헤집어 세운 수몰마을 수산리 하동
김상순 전 마을사업 추진위원장은 ‘예로부터 수산은 ‘물뫼(물미)라고 수산봉에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곰솔은 수령 400년이라지만 실제로는 500년은 족히 되고도 남을 거라는 추측이다. 요즘은 나뭇가지가 저수지에 드리워져 일명 ‘물먹는 나무’로 불러지고 있다고 한다. 수산유원지는 1957년 저수지 개발사업으로 저수량 68만 500톤을 저장하기 위해 70여 가호가 이웃 마을로 이주한 수몰마을이기도 하다. 이곳을 떠난 실향민들은 고향 생각에 곧잘 눈시울을 적시는지 모른다···.
연극인 정민자씨가 송두영 시인의 ‘물메 둑길에서’를 낭랑한 목소리로 낭송한다. 누구에게나 떠나온 고향은 늘 가슴 한구석을 먹먹하게 한다.
중문 베릿내에서 별이 된 시인, 정군칠 시인이 어제 6주기였다며 ‘물의 난간’을 즉석에서 강상훈, 정민자 부부가 낭송을 했다. 잠시 숙연해진다.
이어서 성악가 김신규의 ‘그리운 금강산’, ‘지금 이 순간’을 연이어 불러준다. 무반주로 허허벌판에 마이크 하나만 잡고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건,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이 오케스트라가 되어준 까닭이 아닐까.
오늘따라 팬플루트 서란영이 ‘숨어 우는 바람소리’, 오카리나로 ’홍해의 골짜기‘를 연주해 참석자들이 손과 발로 박자를 맞추며 따라 부르기도 했다.
오늘 바람난장은 옥수수 축제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대거 참석했다. 삶은 옥수수 같은 인정도 함께 맛본 난장이었다.
오만 평 저수지를 거느려온 곰솔, 오늘은 세차게 부는 바람 앞에 지지대도 내려놓고 드러눕고 싶은가보다. 일 년 내내 저수지에 손 담그고도 그 손을 놓을 수 없는 것들이 시리다.
하얗게 눈이 쌓인 날 곰솔 위에 백곰을 만나러 꼭 다시 찾으리라.
글=장영춘
시낭송=정민자·강상훈
성악=김신규
팬플루트·오카리나=서란영
춤과 소리=박연술·은숙
사진=허영숙
영상=김성수
※다음 바람난장은 21일 오전 10시 제주시 애월읍 소재 금산공원에서 펼쳐집니다.
※‘예술나무심기 프로젝트’에 도민 여러분들의 후원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예술나무심기는 문화예술의 향기를 전도에 퍼뜨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바람난장이 마련한 프로젝트입니다. 제주의 환경과 생태가 안정화되는 날까지 나무심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