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들, 계곡서 제단 쌓고 촛불기도 등 여전
강풍을 탄 산불이 삽시간에 강원도 동해안 산림을 집어삼킨 가운데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서 무속인들의 무속행위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대형 산불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8일 한라산 국립공원 계곡 곳곳에서는 최근까지 무속행위가 이뤄졌던 흔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 계곡의 한 바위틈에는 바람을 막으려고 양초에 끼워 사용했던 종이컵들이 마구 버려져 있었다.
또 인근 바위 앞에는 쓰다 남은 양초 더미와 촛농이 주변에 널려 있었고, 한 바위에는 무속행위를 하며 새긴 글귀가 남아 있었다.
심지어 계곡 내 한 바위 틈새로 들어가자 벽돌과 시멘트를 이용해 제단을 쌓아놓은 곳도 발견됐다.
이처럼 기운이 좋다며 전국 각지에서 온 무속인들이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서 무속행위를 벌이고 있어 자칫 화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단속이 심해지자 무속인들이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까지 들어가 무속행위를 벌이고 있어 무속행위로 화재가 발생해도 조기 발견, 진압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출입금지 구역에 무단으로 침입해 적발된 건수는 2015년 45건, 2016년 32건, 2017년 43건, 2018년 41건, 올해 2건 등 163건에 달한다.
한라산국립공원 관계자는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갔다 단속된 이들 가운데 70% 이상이 무속행위를 하기 위해 들어갔다 적발됐으며, 대다수 타 지역에서 온 무속인”이라며 “각 탐방로마다 감시원과 자치경찰, 청원경찰 등 인력을 투입해 산불 예방을 위해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서 최근 5년간 자연공원법 위반 가운데 흡연이 21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출입금지 무단침입, 취사(12건), 기타(5건), 야영(4건)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