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떨어진 건달같이 봄날은 가네’
‘돈 떨어진 건달같이 봄날은 가네’
  • 제주신보
  • 승인 201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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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신례리 왕벚나무 자생지(下)
벚나무는 보통 백년을 살고,
200년을 사는 나무도 있어
오랜시간 많은 기억이 피고 지고…
유창훈 作, 봄날.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왕벚나무 자생지에서 2019 바람난장 첫 시작을 알렸다. 오랜 시간 기억의 꽃을 피우고 지워낸 왕벚나무 밑에서 삶을 느꼈다.
유창훈 作, 봄날.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왕벚나무 자생지에서 2019 바람난장 첫 시작을 알렸다. 오랜 시간 기억의 꽃을 피우고 지워낸 왕벚나무 밑에서 삶을 느꼈다.

그날 신례리 왕벚나무는 무슨 꿈을 꾼 걸까. 그 아래 앉아 있던 사람들은 무슨 꿈을 꾼 걸까. 벚나무는 보통 백년을 살고 이백년을 사는 나무도 있다고 한다. 그 오랜 시간 얼마나 많은 기억들이 피고 졌을까. 삶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껴안고 허공이었다가 아니었다가. 제주도 왕벚나무는 모계인 올벚나무와 부계인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의 자연교접에 의해 탄생했으며, 일본은 인공교접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벚꽃나무 자생지가 제주라는 사실이 명백해진 셈이다. 제주도 왕벚꽃이 사랑받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용 박소연 노오란 봄의 빛깔이 무용으로 표현됐다. 박소연 무용가가 한 마리의 나비가 돼 봄을 온몸으로 나타냈다.
무용 박소연 노오란 봄의 빛깔이 무용으로 표현됐다. 박소연 무용가가 한 마리의 나비가 돼 봄을 온몸으로 나타냈다.

노오란 봄의 빛깔이 하늘하늘 걸어온다. 무용가 박소연님이다. 나비 한 마리가 나무 주위를 빙글빙글 날기 시작한다. 잠에서 막 깬 꽃봉오리가 하품을 하며 눈을 뜬다. 꽃봉오리는 햇살에 점점 기지개를 켜며 꽃잎을 활짝 펼친다. 꽃 속을 들여다 본 황홀함도 잠시 고요하게 머무는 봄햇살에 꿈인지 생시인지 아득하다.

 

군산 가는 길에 벚꽃이 피었네
벚나무는 술에 취해 건달같이 걸어가네

 

꽃 핀 자리는 비명이지만
꽃 진 자리는 화농인 것인데

 

어느 여자 가슴에 또 못을 박으려고……

 

돈 떨어진 건달같이
봄날은 가네
- 안도현, ‘벚나무는 건달 같이전문.
 
시낭송가 김정희, 이정아, 이혜정이 안도현 시인의 시 ‘벚나무는 건달 같이’를 낭송했다. 뒤이어 이기철 시인의 시 ‘벚꽃그늘에 앉아 보렴’으로 봄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시낭송가 김정희, 이정아, 이혜정이 안도현 시인의 시 ‘벚나무는 건달 같이’를 낭송했다. 뒤이어 이기철 시인의 시 ‘벚꽃그늘에 앉아 보렴’으로 봄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시낭송가 김정희, 이정아, 이혜정님이 안도현 시인의 벚나무는 건달 같이를 낭송하였다. 술에 취한 건 시인일까 벚나무일까. 벚나무를 돈 떨어진 건달에 비유하는 상상력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내공이다. 꽃 핀 자리도 꽃 진 자리도 상처라는 삶의 진리가 순간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뒤이어 낭송한 이기철 시인의 벚꽃그늘에 앉아 보렴으로 우리는 눈빛이 순해지고 마음까지 넉넉한 그늘이 되었다.

 

장유석씨가 색소폰으로 조관우의 ‘꽃밭에서’를 연주했다. 심금을 울리는 굵직한 관악기의 음성이 바람난장 가족들의 마음을 울렸다.
장유석씨가 색소폰으로 조관우의 ‘꽃밭에서’를 연주했다. 심금을 울리는 굵직한 관악기의 음성이 바람난장 가족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늘이 사라지기 전 심금을 울리는 굵직한 관악기의 음성이 자리를 차지했다. 장유석님이 조관우의 꽃밭에서를 색소폰으로 불고 있다. 스며드는 건 또 한순간이다. 봄날의 화양연화가 바로 이순간이 아닐까. 풀리지 않았던 마음을 어디 먼 데 두고 온 느낌. 오롯이 음악만이 온 몸으로 스며들어 지금 여기 있는 것이 나인지 꽃잎인지 숲인지 모를 시간. 그렇게 봄날은 아득하게 피어서 간다.

사회=정민자
미술=유창훈
무용=박소연
플루트=김수연
성악=황경수 김영곤
색소폰=장유석
시낭송=김정희와 시놀이
사진=허영숙
영상=김성수
음악감독=이상철
음악반주=김정숙
=김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