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곱씹으며 치유하는 시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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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알뜨르 비행장(上)
일제강점기 때 강제 동원돼 건설한 비행장서 울려퍼진 감동의 물결  
시 낭송·팬플루트·오카리나 연주 등 문화 힘으로 비극의 역사 재조명
정길자 외 일곱명으로 구성된 ‘몬딱 어울림 봉사단’의 오카리나 연주 소리가 알뜨르 비행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정길자 외 일곱명으로 구성된 ‘몬딱 어울림 봉사단’의 오카리나 연주 소리가 알뜨르 비행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요즘 다크투어리즘이 대세다. 다크투어란 전쟁이나 학살, 비극적인 역사 현장을 돌아보며 역사를 바로 알고 교훈을 얻는 여행이다. 그런 면에서 제주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다쿠투어 성지다. 그리고 이 격납고는 2차 대전 당시 그 유명한 가미가제 자살특공대 전투기 은닉 장소다.

사회를 맡은 바람난장 정민자 대표가 바람난장의 막을 연다.
사회를 맡은 바람난장 정민자 대표가 바람난장의 막을 연다.

“오늘 바람난장은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진행합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도민들을 강제 동원하여 비행장을 건설했지요. 참 가슴 아픈 현장입니다.” 진행을 맡은 정민자 바람난장 대표의 짧은 멘트로 난장의 막을 열었다.

톰보연필 한 자루 간절하던 시간이 있네

가난에 억눌린 내 마음은 식민지였고

아무리 침을 발라도 살리지 못한 풍경이 있네

가슴 한가운데 패망의 낙인처럼

요철무늬 검은 형틀에 격납된 공허함

평화의 순례자들의 리본 하나가 더해지네

가끔 흙먼지 일으키며 내려앉는 바람이 있네

무모한 착륙엔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네

아무리 침을 뱉어도 지울 수 없는 역사가 있네

- 이애자 시인의 ‘격납고 앞에서’ 전문

시낭송가 김정희가 이애자 시인의 ‘격납고 앞에서’를 낭송하고 있다.
시낭송가 김정희가 이애자 시인의 ‘격납고 앞에서’를 낭송하고 있다.

시집 『하늘도 모슬포에선 한쪽 눈을 감더라』 모슬포 출신 이애자 시인의 ‘격납고 앞에서’를 시낭송가 김정희님이 낭송한다. 시인과 시낭송가는 어쩌면 악어와 악어새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톰보연필은 데생용 일산 미술연필이다. 몽당연필도 귀한 전후세대 가난한 시인에겐 그림에 떡 같은 존재였을 게다. 좋은 시는 간절할 때 찾아온다. 또 좋은 시를 만났을 때 울컥하니 감동의 진폭이 크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아베 전 일본총리의 피격 소식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다.

사단법인 제주마을진흥회 안정업 원장이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마을진흥회 안정업 원장이 인사를 건네고 있다.

다음은 ‘문화재청 생생문화재 활용 사업’을 주관하는 영주민속보존회 오영희 회장, 사단법인제주마을문화진흥원 안정업 원장에게 이 행사 소개와 인사말씀을 청해 듣는다.

‘문화재청 생생문화재 활용 사업’은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 비행장 일대에서 ‘널, 지울까? 아님, 새길까?(대표 프로그램)’, ‘다크투어, 슬픔의 지도, 제주 아리랑’ 등 여러 세부 프로그램으로, 2022년 2월~11월(10개월)까지 열린다. 우리의 바람은 이곳이 다크투어 성지로 자리매김하는 거다.” 그리고 “지금 이곳은 국방부 땅이다. 제주도와 함께 협의가 진행 중이며, 무상임대해서 궁극적으로 평화공원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말씀도 곁들인다.

성악가 윤경희의 노래 ‘아침 이슬(김민기)’이 이어진다.

“고향 모슬포에 와서 그런지 이곳에 깃들어 있는 분들의 혼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듣는 것 같다”는 그녀. 반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나 이제 가리라~ 저 거친 광야~로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리라~’

좌중을 흔들어놓는 가슴 뭉클한 저 허스키보이스. 밭두렁의 억새도 바람이 힘을 빌려 감동의 물결을 보탠다.

이 곡은 1975년 유신정권에 의해 금지곡으로 선정된 노래다. 아이러니하게도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 각종 집회 현장에서 첫 손가락 꼽는 노래이기도 하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한낮의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저 가사마냥 32도를 웃도는 날씨에 그늘 하나 없고, 모니터 악보는 물론 휴대폰 화면도 안 보이고…참 난감할 지경이다. 그래도 프로는 역시 프로다.

이어서 ‘몬딱 어울림’ 봉사단 정길자 외 일곱 명의 오카리나 연주로 ‘사랑이란 두 글자’, ‘숨어 우는 바람소리’ 두 곡을 연주한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일시에 무장해제 시킨다.

‘사랑이란 두 글자는 외롭고 흐뭇하고/사랑이란 두 글자는 슬프고 행복하고/사랑이란 두 글자는 쓸쓸하고 달콤하고/ 사랑이란 두 글자는 차갑고 따뜻하고//…/사랑이란 두 글자는 길고도 짧은 얘기//그렇다. 국민가수 패티김의 노래가 아니더라도 사랑이란 두 글자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성악=윤경희

▲오카리나=장길자 외 ‘몬딱 어울림’

▲시낭송=김정희

▲팬플루트=서란영

▲사회=정민자

▲사진=김미옥

▲글=문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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