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길목에서 삶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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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 아련히 남아있는 향수, 한 편의 시로 풀어내
경쾌하고 애달픈 피아노 연주 공연 분위기 고조시켜
격려의 응원가 ‘오늘이 좋다’ 등으로 모두가 하나 돼
즉흥곡을 연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오종협군(사진 왼쪽).

어느새 단골 산책로에도 푸르렀던 가로수가 보란 듯 나목이다.

가지런히 한 줄로 선 벚나무의 잎들마저도 약속이나 있었는지, 한시에 다들 옷을 벗어놓자 황량하기가 그지없다.

저들의 발 빠른 서두름마저 누가 재촉을 했는지, 또는 눈치 채어볼 겨를마저도 없이, 어느새 민낯의 나신들이다.

천연덕스럽게 마주한 계절 앞에 한 마디 항변조차 해볼 수 없는 신세다.

해가 다할 때까지 멀리 가지 않아/ 바다밖에 몰라/ 바다만 부르는 나팔수가 되어/ 모진 바다에서 어머니 부른다/ 옆에 두고 간 해녀 어미의 곁에 앉아/ 칭얼대지 않고 노래하네/’ 김정희 시인의 우도 갯메꽃자작시를 직접 낭송한다.

 

 

서둘러 남겨진 파란 슬리퍼

따라 나와 앉은 어린 딸

섬에서 태어나 섬 여자가 되어가는

순진한 햇살에 그을린 아이가 발그레 피어난다

바다에서 올라온 그녀를 맞는 웃음이다

해가 다할 때까지 멀리 가지 않아

바다밖에 몰라

바다만 부르는 나팔수가 되어

모진 바다에서 어머니 부른다

옆에 두고 간 해녀 어미의 곁에 앉아

칭얼대지 않고 노래하네

한나절 다 되어 잠이 들다 말다

미안해져 사르르

얼굴 감싸고 잠이 든다

 

-김정희 시인의 우도 갯메꽃의 전문

 

가수 김영헌씨.

‘Playing Love’ 피아니스트 오종협의 경쾌하고도 애달픈 피아노 연주에 이어 눈앞에서 막 채택돼진 곡의 탄생으로 피아노 즉흥곡이 연주된다.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에서 오신 남성 관객과 외도초등학교 남학생이 뽑은 음이 채택이 되자 연주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즉흥적인 변주의 리듬마저 이채롭다.

자칭 연기하는 피아니스트로 소개한 그 말의 값을 스스로 톡톡히 완성해낸다.

마지막 순서로 출연한 김영헌 가수의 우리는오늘이 좋다에 이어서 앵콜곡 이별의 노래까지 더불어 감상한다.

플루트 연주자 김수현씨.

우리 모두 함께 모여

너무 오랜만에 모여

지난날의 추억을 나눠보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누구는 저 세상으로

또 누구는 먼 나라로 떠났지만

그립던 너의 얼굴 너무 좋구나

니가 살아 있어 정말 고맙다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

살다보니 외롭더라

니가 있어 웃을 수 있어 좋다

시집 안 간 내 친구야

외기러기 내 친구야

오늘은 내가 너의 벗이 될게

우리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하나도 넌 변한 게 없구나

남은 인생 통틀어서

우리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내 친구야

남은 너의 인생에

저 하늘의 축복이 함께하길 바랄게

오늘이 좋다

 

술 한잔에 해가 지고

또 한잔에 달이 뜨니

너와 나의 청춘도 지는구나

잘난 놈은 잘난 대로

못난 놈은 못난 대로

모두 녹여 하나되어 마시자

하지만 우리 너무 취하진 말자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구나

남은 인생 통틀어서

우리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내 친구야

남은 너의 인생에

저 하늘의 축복이 함께하길 바랄게

남은 너의 인생에

저 하늘의 축복이 함께하길 바랄게

 

-안치환의 노래 오늘이 좋다

 

‘우도 갯메꽃’을 낭송하고 있는 김정희씨.

모처럼의 야간 시간에 펼쳐놓은 바람난장 뒤로 다음 공연을 다시금 기약한다.

봄과 여름까지 푸릇푸릇 하던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단풍 들어가더니만 어느새 빈 나뭇가지들로 서있어서인지, 그 적요마저 한껏 느껴지는 즈음이다.

바람난장의 인기인가? 존재감마저 잊혀갈 만 할 무렵에 다시금 명맥을 이어나가듯, 멤버들 외의 관람객들도 꽤나 많이 참석해주셔서 대성황을 이룬 터다. 이후의 난장에서 롤모델로 자리할 법도하다.

마냥 기다려만 주지 않는 시간의 행간 앞에선 더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즐기며 살아나가야 할 일이자 또한 의무가 아닌가.

시간은 화살보다도 더 빠르게 지나가버리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흔적도 없이 떠나버리고 마니 매정함마저 앞선다.

게다가 거꾸로 이거나 옆으로도 마구 흐르고 마는지 좀체 기다려주거나 멈칫거리지도 않기에 더욱 겸허해져야 한다.

미덕도 용서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돌올하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

깊어가는 이 가을엔 계절에 걸맞는 자연의 속도를 가능한 놓치지 말고 한껏 즐겨보자.

 

사회=정민자

소금&건반=전병규 현희순

성악=윤경희

시낭송=김정희 이정아

성악가=윤경희 김정숙

가수=김영헌

피아니스트=오종협

플루트=김수현

=고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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