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객석 벽 허물고 예술로 하나가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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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송악도서관(下)
남녀노소 어울려 마련한 무대
다양한 삶 노래, 낭만을 더해
예술로 따뜻한 감동 전해져
다채로운 무대 눈·귀 즐거워
가을 정취 느끼며 감성 충전
올해 다섯 번째 바람난장이 지난달 29일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송악도서관에서 진행됐다.
올해 다섯 번째 바람난장이 지난달 29일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송악도서관에서 진행됐다.

 

가을이면 입버릇처럼 시몬! 너는 좋으냐 /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라는 시가 자연스레 흘러나오지만 정작 시인은 누구인지, 뒤따라오는 구절은 어떤 내용인지

근사한 클래식 한 곡 선곡해 듣고 싶지만 클래식의 세계는 왜 그렇게 복잡하고 난해한지

예술의 가상함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이름난 작가와 음악이라도 시와 소설에 독자가 없다면, 음악에 청중이 없다면 그것은 미완에 불과합니다.

예술은 홀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박제화된 예술의 옷을 벗고 가능한 다양한 무대를 풀어놓고 대중과 가까워지는 노력. 예술에도 가상함이 필요합니다.

그들이 바로 바람난장입니다.

송악도서관에서 펼쳐진 ‘2022년 도서관 한마당은 그야말로 문턱 없는 예술의 장이었습니다.

시대가 사랑했던 고() 박완서 작가의 소설 해산바가지’.

고부간의 갈등을 통해 시대에 만연해 있는 남아 선호 사상을 비판하고 생명의 고귀함을 보여준 소설의 주요 부분을 연극인 정민자, 신예경 님이 낭독으로 옮겨냅니다.

정민자 회장과 신예경씨가 박완서 작가의 소설 ‘해산바가지’를 낭독하고 있다.

 

조카> 고모 참 오랜만이에요. 자주 찾아뵀어야 하는데 일이 워낙 바쁘다 보니까

어머니> 누구요?

조카> 고모, 저예요. 저 모르세요? 조카 순실이.

어머니> ... , . 순실이. 내 조카 순실이. 아이가 몇이누?

조카> 아들 둘이죠. 작년 추석 때 보셨잖아요.

큰애가 이번에 대학 가고 작은 애는 고1.

어머니> 아이구, 일찌거니 자식 농사 잘 지었구나야. 공부는 잘하구?

조카> . 다들 열심히 해요.

어머니> 대견스럽네. 공부는 잘 하구?

조카> .

어머니> . 근데 누구냐?

-‘해산바가지·박완서

 

이름 석 자로 천 가지 인생을 사는 사람을 우리는 배우라고 하죠.

머릿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던 소설 구절구절이 두 배우의 입말을 타고 흐릅니다.

너무 튀지도 않고 묻히지도 않을 만큼 존재를 빛내며 등장인물을 드러내는 두 배우의 내공은 가을바람처럼 깊고 단단합니다.

목소리에도 문체가 있는 걸까요.

목소리의 색깔과 성량, 호흡의 깊이 또는 분위기. 하나의 목소리도 힘을 쥘 때와 풀 때의 다름은 개성을 뛰어넘어 때론 처럼 들리기까지 하니까요.

거기에 제주의 말맛이 느껴지는 제주어 시 낭송은 더할 나위 없습니다. 아동문학가 김정희 님이 이끄는 시놀이팀의 무대입니다.

 

김정희씨가 이끄는 시놀이팀이 시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족은 년아, 이제는 팡돌이 아니여

오백장군 오라방덜 수발 들젠 하난

속암저

설룬 애기야, 비바리 섬으로 커도라

설문대할망 똘로 살멍 바당 소곱꼬지

늘 심어둠서

너르닥한 육지로 돌아나지 못하곡,

좀좀한 느 속을 몰르는 게 아니어

살당보민 살아진다 제주 땅이 느네 집

아니가

좀녀덜이 수놓은 벨덜 붸려보라

제주바당이 게미융한 게 싼 불 초멍

와리지 말암시라, 족은년아

 

-‘설문대 할망 똘/김병심

 

섬에서 여자로 태어났다는 건 한평생 바다를 등에 지고 돌밭을 갈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의지할 데 없는 비바리의 섬으로 커온 그 여인들의 강인함은 설문대의 거대한 몸집을 뛰어넘고 마침내 가족을 지키고 섬을 일구어낸 그 정신력은 한라산을 세운 설문대의 힘을 닮았습니다.

우리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에게 감히 설문대 할망 똘이란 수식을 달 수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설문대의 뜨거움을 풀어내고 시원한 바람을 들이마시듯 하늘거리는 파란 천을 들고 퍼포먼스를 펼치는 시놀이팀.

그 진한 여운을 남긴 무대는 다시 천진함과 노련함으로 채워갑니다.

 

통기타 가수 김영헌씨가 무대에 올라 가을분위기 에 어울리고 있는 곡들을 선보이고 있다.

뮤지컬 노래팀 클럽자자와 제주의 가수 김영헌 님입니다.

성악가 송영규씨(사진 왼쪽)과 임지원씨가 무대를 꾸미고 있다. 

이어서 두 성악가의 목소리가 오선지 위를 타고 흐르네요.

임지원, 송영규 님의 무대는 어느새 울타리 밖의 예술을 우리 곁으로 불러들입니다.

큰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거짓처럼 고요해지기 마련입니다.

모든 걸 쏟아낸 무대에도 바람이 잦아들었습니다.

저희는 잠시 숨을 고르고 여러분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일상 속에서 경이로움으로 환생할 예술을 꿈꾸면서 말이죠.

 

사회=정민자

소금·건반=전병규, 현희순

시낭송=강상훈

시퍼포먼스=시놀이

(김정희, 이혜정, 이정아, 장순자)

소설 낭독=정민자, 신예경

성악=임지원, 송영규

플루트=이관홍

노래=김영헌

뮤지컬 노래=클럽자자

사진=허영숙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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