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소리 높여 희망을 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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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전설의 보고 혼인지 마당
탐라국 개국신화 품은 곳서 무대
새해 첫 행사 맞아 발길 이어져
다채로운 공연에 흥이 절로 나
남녀노소 모여 예술로 하나가 돼
지난 4일 바람난장이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혼인지에서 펼쳐졌다. 고은 作, ‘바다주기’.
지난 4일 바람난장이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혼인지에서 펼쳐졌다. 고은 作, ‘바다주기’.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신작로(일주도로) 길에서 한라산 쪽으로 500m 정도에 혼인지(婚姻池)란 연못이 있다. 그 시절만해도 혼인지 주변은 잡나무 몇그루와 목초지 비슷한 잔디밭이 전부였다. 그 마을 사람들은 홴죽또는 핸죽이란 명칭으로 불렀다.

아마 짐작컨데 혼인지발음이 제주어 발음으로 변형돼 홴죽또는 핸죽이라 불렀지 않았을까, 유추해 본다. 핸죽 물통에가면 마소에게 물을 먹이는 큰연못(혼인지)이 있고 큰연못에서 1m정도 위치에 작은 연못, 소위 먹는 물통이 있다.

여기서 조상의 슬기를 엿 볼 수 있다. 제주엔 어디를 가나 물이 귀했다. 그나마 용천수가 펑펑 쏟아지는 서구포 쪽과 제주시 또는 한림쪽을 제외하곤 먹는물이 귀했다. 오죽하면 제주의 마을 설촌유래를 보면 물이 있는곳에 취락을 형성 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제주도 동쪽마을 곳곳에 산재한 연못을보면 혼인지 연못정도 크기의 연못을 볼 수 있다. 워낙에 제주 동쪽 마을은 물이 귀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연못에서 말과 소에게 물을 먹여 마소를 키웠다.

아마 혼인지에 붙은 작은 연못도 혼인지란 연못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후 마을 사람들 손에 의해 작은 연못을 만들어 큰못은 소와말이 이용하는 곳으로 작은 못은 마을 사람들이 음용하는 곳으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혼인지 연못 곁에 음용수로 사용했던 작은 연못이 있다. 이 작은 연못은 70년대 후반 상수도가 일반화 되면서 그 형태만 남아있다.

혼인지는 혼인지 전설에 걸맞는 자연구조가 조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혼인지란 연못이 이미 오래전에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었다.

그 다음 중요한 주거 형태인 혼인지 굴()이 연못 바로 곁에 있다. 그 굴의 형태 또 혼인지 전설과 맞아 떨어진다. 굴입구는 하나인데 입구로 들어가면 세가닥으로 나눠진 주거공간이 있어 고··부 삼신인(三神人)의 신방으론 금상첨화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삼성혈(모흥열)에서 태어난 시조 고··부 삼신인이 온평리 해안가로 밀려온 함속에서 청의(靑衣)를 입은 15~16세가량의 벽랑국 세공주를 맞이해 각각 배필을 삼아 이들과 혼례를 올렸다는곳. 혼인지 팜플렛 인용

난타퍼포먼스.

이러한 전설이 깃든 곳에서 지난 4일 새철이라 일컷는 입춘절에 '예술이 흐르는 길' 이란 주제로 2023바람난장 굿판을 벌렸다.

식전행사로 청사초롱 불 밝혀라는 참여한 관객 여럿이서 청사초롱을 들고 행사 장소인 혼인지 전통혼레관 마당아래 조성된 분수대를 돌면서 각자의 소원을 비는 분수돌이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제주연무용단.

이어서 성산읍 신산리 생활개선난타동아리 팀(김선옥·김애선·홍현주·한은경)이 공연한 난타 공연도 주목을 받았다. 둥둥둥 울리는 북소리는 아득한 옛날 고··부삼신인의 벽락국 세공주와 혼인지 연못가에서 혼례를 치르는 축하의 북소리였다. 혼인지 연못 물결도 춤을 추고 연못에 목축이려 내려온 말과 소들도 덩실 덩실 춤을 추면서 흥흥 거린듯 하는구나.

관객과 함께하는 단체사진.
관객과 함께하는 단체사진.

바람난장을 이끄는 김정희(아동문학가)대표는 인사말에서 바람난장 행사를 제주동쪽 해뜨는 동네에서 아름다운 여러분과 함께하여 기쁘기 한이 없다특히 삼성신화 전설이 깃든 온평리 혼인지에서 2023년 첫 행사를 가지게되여 금년 한 해는 좋은 일이 사방에서 일어날 것 같다라는 인사말을 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성산포문학회 한용택 회장님과 회원들이 흔쾌히 첫 바람난장과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바람난장을 열었다.

이어서 지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바람난장을 이끌었던 정민자 4대 대표에게 공로패를 드리는 순서에는 박수가 쏟아졌다.

성산포문학회 한용택(서예가)회장은 축사에서 입춘 날은 예전에는 일년중 첫절기로 설날에 버금가는 날이다. 이렇게 좋은날 제주 각지에서 우리 고장을 찾아주신 예술인 여러분께 고맙습니다라는 축사를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성산포문학회원 현복숙 시인의 상사화를 정민자(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장)낭송가의 낭송으로 애절함을 더했다.

 

상사화일부를 옮겨 본다.

꽃은 피었는데 잎사귀가 없다/

소문과는 거리를 두고/초연하다고 자부하는 내게도/

들리는 소문이 있었다/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듯/

잎사귀 없이 어찌 꽃이 피랴/상사화가 소문처럼 피었네/

-현복숙 시인의 상사화일부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바다 성산포 연작시가 이정아, 이혜정 시낭송가의 낭송이 박연술 제주연무용단(양은녕·박영신·한은경·박진아)이 펼치는 하늘이여, 축복을 내리소서안무에 맞춰 혼인지 혼례관 마당에 울려 펴진다.

제주연극을 대표하는 강상훈 세이레아트 대표가 낭송한 신경수 시인의 붉은 동백은 혼인지 주위에 심어져 있는 동백 나무가 소리없이 듣는듯 하였다. ‘붉은 동백일부를 싣는다.

 

붉은 동백이 피던 날/

바다는 서러움에 포효하고/

한라산은 먹구름에 휩싸이고/

구멍 난 돌담은 긴 침묵 속으로 잠겨 들고/

하늘은 서럽게 서럽게 붉은 피를 흘렸다./

-신경수 시인의 붉은 동백일부

 

성산포문학회 재주꾼인 정성필 회원의 제주어 시 금숫가락 족숫가락’(금수저 흑수저)을 시인이 직접 낭송해 관객들을 웃기기도, 울리기도 했다.

한용택 서예가의 퍼포먼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성산포문학회 회장이며 서예가인 한용택의 휘호 써주기 퍼포먼스였다.

휘호를 받으려 길게 늘어선 모습이 장관이였다. 한용택회장은 일찍이 소암 현중화 선생 문하로 서예를 익혔으며 후에 소농 오문복 선생에게서 한학과 유학을 사사 받았으며 전국 서예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무튼 가슴 두근두근한 행사를 김정희 대표, 한용택 회장 두 분의 노력과 열정으로 마칠수 있었다. 온평리 문화유산보존회 송종만 이사장의 도움이 많은 힘이됐다.

이날은 고봉석 성산읍 주민자치위원장과 성산에서 살고 있는 김순이 시인이 함께 했다.

이승익씨.

부정일 한라산 시문학 동인회장과 동인들도 와주었다. 끝으로 관객과 함께 내 고향 열혼이’(이승익 시)가 낭송됐다. 오는 11일 제주시 한림읍 귀덕 복덕개 포구에서 열릴 바람난장 난장판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다음 바람난장은 211일 토요일 오전 11시 제주시 한림읍 귀덕 복덕개 포구에서 진행됩니다. 문의 010-9687-3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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