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스치운 곳에 봄 기운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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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귀덕1리 복덕개 포구 마당-上
잔잔한 바람·풍광이 빚어낸 무대
지역주민도 함께 모여 함께 즐겨
호소력 짙은 공연 감성을 자극
예술의 힘으로 남녀노소 하나돼
이번 바람난장은 지난 11일 제주시 한림읍 귀덕1리에 위치한 복덕개 포구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김정희 대표와 한은경씨가 식전 행사로 진행한 ‘바다의 넋 모셔 오기’.
이번 바람난장은 지난 11일 제주시 한림읍 귀덕1리에 위치한 복덕개 포구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김정희 대표와 한은경씨가 식전 행사로 진행한 ‘바다의 넋 모셔 오기’.

바람의 신 영등할망을 맞이하기 전 고요함일까? 제주시 한림읍 귀덕1리 복덕개 포구는 근래 보기 드문 날씨로 평온하다.

아니 멋진 난장을 위해 날씨를 허락받았다. 야외 행사는 날씨가 한몫한다.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룰 때 최고의 공연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햇살이 잠시 쉬어가 아쉽기는 했지만, 마치 태풍 전야의 고요함 같다.

어느 순간 고요가 영등할망을 맞이하기 위한 바람을 일으키니 행사의 시작이다.

식전 행사로 바람난장을 이끄는 김정희 대표와 한은경님의 바다의 넋 모셔 오기가 관객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진행된다.

둥둥둥영혼에 다가가기 위한 북의 외침에 천지가 열리고 하얀 포말에 바다가 열리니 망망대해를 떠돌던 슬픈 넋이 몸을 일으킨다.

관객들이 맞잡은 옥빛 천으로 바닷길을 열어 넋을 모신다.

잔잔한 바람에 맡긴 바닷빛 천과 물때인 듯 바다에 띄워진 주황색 꽃등 테왁 그리고 하늘을 즐기는 갈매기 떼가 어우러지니 이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이정아 시낭송가의 사회로 시작한다. ‘영등신 맞이 환영제에 맞춰 바람난장을 기획했는데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에 고마운 말을 전하는 김정희 바람난장 대표이다.

이남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사진 왼쪽 네 번째)과 귀덕1리 마을 관계자들.
이남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사진 왼쪽 네 번째)과 귀덕1리 마을 관계자들.

더불어 귀덕1리 복덕개 포구와 영등 신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도 잊지 않는다. 김정희 대표의 얘기를 들으니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는 왜 있는지 알 것같다. 영등달이 다가와서일까. 관객 참여가 적잖다.

이 지역 출신 도의원님, 이장님, 노인회장님, 사무장님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분위기를 더하니 어느새 바람난장이 신명 났다.

영등할망 모시기 첫 번째 순서는 박연술 제주 연무용단의 바람의 신 영등할망공연이다.

징검다리 건너듯 사뿐한 걸음으로 애기구덕을 안고 등장하니 자연스레 웡이자랑제주 토속자장가로 들머리 짓는다.

제주에서 애기는 할망 자손이라 했다. 바람의 신 영등할망도 애기 앞에서는 더없이 인자하다. 웡이자랑이 그치는가 싶더니 순간, 사뿐사뿐 날렵하면서도 부드럽게 휘도는 춤사위가 바람을 품었다.

양팔 벌려 고운 물결처럼 곡선을 그리는 춤가락이 봄을 깨운다. 그렇게 봄은 희망이며 생명이었다. 영등할망이 뿌리고 간 씨앗을 품은 대지는 어머니로, 씨앗은 미래의 희망인 새 생명으로 승화시켰다. 그렇게 박연술 제주 연무용단은 봄의 시작을 어머니의 대지와 아기의 탄생으로 연출했다.

 

음력 2월 제주에선

꽃샘추위 왔다마라

그냥 풍문이듯

영등할망 왔다하라

바다도 사랑을 품으면 말처럼 들락퀸다

 

칠머리당 영등굿은

사랑을 달래는 일,

눈보라 파도소리

징으로 우는 열나흘 날

섬 뱅뱅 걸팡진 이별 씨점굿을 벌인다

 

장삿길 아버지는

어떤 점괘 나왔는지

절 잘락 바람도 잘락

짚으로 엮은 어머니 배,

이 섬의 서러운 불빛

떼어내듯 방쉬하듯

 

-오승철 시인의 배방선전문

 

연극인 강상훈님이 오승철 시인의 배방선을 낭송한다. 연극을 해서일까. 감정 몰입과 표현이 연극 공연을 보는 듯 하다.

낭송하며 방쉬하듯 떼어낸 어휘가 꼬리를 물어 바다를 품었다. 그 곳에는 제주 바다의 수호신 영등할망이 있었다.

바다도 사랑을 품으면 말처럼 들락퀸다// 칠머리당 영등굿은/ 사랑을 달래는 일,’ ‘들락퀸다.’ 오랜만에 들어 보는 제주말이다.

제주 사람이라면 눈감고도 이 표현 하나만으로 바람의 세기를 가늠할 수 있겠다. 영등굿은 바람이 아닌 사랑을 달래는 일이었다.

팬플루트 서란영 연주가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라라라두 곡을 연주한다. 바람에 스치듯 팬플루트의 맑고 청아한 소리가 단숨에 관객을 매료시키며 너도나도 연주에 힘을 실어 주니 하늘을 날던 갈매기도 잠시 쉬어간다.

공연 중간쯤 귀덕1리 복덕개 포구 풍경은 영등할망 바람의 길에 예술의 길이 따라 흐른다.

물질 나갔던 해녀들이 한두 명 뭍으로 올라오고 갈매기의 여유를 카메라에 담는 관객 또한 느긋하다. 이 모두가 정형화되지 않은 예술의 한 부문이기에 관객도 가던 길 멈춘 올레꾼도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이정아 퍼포먼스 =김정희·한은경

음악=서란영 이춘애

그림=유창훈 사진=허영숙

영상=고성민 음향=장병일

해설=현경애 =고여생

무용=박연술 제주연무용단(정옥남·양은녕·고성미·박영신·한은경)

시낭송=강상훈·김정희·정민자 ▲총감독=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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