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선율에 맞춰 춤을 추는 꽃의 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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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복수초가 피면 봄은 그리움을 낳는다 (上)

눈 속에서도 피는 ‘복수초’ 보며
참여자 모두 관객이 돼 공연 즐겨
함께 노래 따라부르며 추억 회상
연주 소리가 숲 속 가득 울려퍼져

 

지난달 25일 바람난장이 제주 절물휴양림 부근 민오름일대에서 열렸다. 홍진숙 作. ‘사려니 복수초 종이에 수채 2023’.
지난달 25일 바람난장이 제주 절물휴양림 부근 민오름일대에서 열렸다. 홍진숙 作. ‘사려니 복수초 종이에 수채 2023’.

행사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미리 답사를 다녀온 바람난장 김정희 대표님, 문순자 시인님. 이정아 시 낭송가님이 핸드폰으로 찍어서 보내주었는데 갑작스러운 추위에 적응 못하고 예쁜 꽃송이가 얼어 버리지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영원한 사랑 영원한 행복’이라는 꽃말을 지닌 복수초를 만나면 올해 봄에는 모든 일들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에 싶어 소녀처럼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제주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사려니숲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한라산 둘레길 가는 길섶 근처에 반가운 얼굴들이 모여 난장을 준비한다. 
성급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봤는데 봄을 알린다는 꽃이 내 눈에는 보이질 않는다. 실망스러운 마음에 허리를 숙여 찬찬히 아주 찬찬히 마주한 후에야 노오란 복수초가 잔잔하게 눈에 들어온다. 

다행하게도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복수초가 봄을 알리는 연주를 하듯 우리를 반긴다.
겨우내 기인 기다림을 뚫고 인사하는 복수초 꽃을 보는 순간 춥다고 움츠렸던 마음이 환하게 등불 켜지듯 따스한 온도로 자리한다. 

쌀쌀한 날씨에 갑자기 사라져버린 봄을 찾는 이혜정 사회자의 정감 어린 목소리로 예술이 흐르는 길 바람난장의 순서와 함께 봄을 맞이하는 복수초는 고개를 숙여야 잘 보일 수 있다면서 참여한 모든 분이 관객이 돼 이 자리를 즐겨달라고 김정희 대표는 부탁을 한다. 

우쿨향기팀이 우쿨렐레 연주를 하고 있다.
우쿨향기팀이 우쿨렐레 연주를 하고 있다.

첫 공연 순서로 우쿨향기팀의 우쿨렐레 연주가 지나가던 이들의 발길을 잡는다. 한영숙, 김춘수, 홍진숙, 김보연, 이혜필, 이채영, 이정숙 공연자 분들 모두 스카프를 두르고 나오셨는데 다들 얼마나 예쁘던지, 쌀쌀한 날씨마저 기죽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너도나도 흥에 겨워 따라 부르기를 멈추지 않았는데 나 또한 ‘나성에 가면’을 부를 때에는 신이 나서 흔들었는데 ‘앗 차’ 싶었다. 지독한 몸치임을 떠올렸지만 이미 노래는 끝난 뒤였다. 부끄러움에 하늘을 올려다봤더니 내 마음을 읽었는지 햇살이 가득하다. 하지만 아직도 노래의 가사와 후렴이 쉬이 잊히지 않는다.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뚜루루루 뚜루루루 /사랑의 이야기 듬뿍 담은 편지/뚜루루루 뚜루루루/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하늘이 푸른지 마음이 밝은지/
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만 했는데도 나 또한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낡은 시집에 말린 네잎클로버를 찾아내듯 아득해진 인연을 떠올리고는 불현듯 편지를 쓰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가사를 읊조리며 잠시 추억에 젖어 있노라니 시 낭송가인 이정아님이 한라복수초가 낭창낭창한 음성으로 숲길을 걸어 다가온다. 

이정아 시낭송가.
이정아 시낭송가.

사랑을 기다리는 양전형 시인의 마음이 오롯하게 숲을 메우고 있어서일까? 언덕배기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복수초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딱히,
겨우내 그 비바리 기다린 건 아니다
언뜻 그녀 생각
봄을 들입다 치올리는 그 생각에
몹쓸 것
냉가슴 앓으며 눌러 삭힐 일이지

가만가만 기어 나와
쪼르르 둘러앉아 피고 말았네
꽃말은 슬픈 추억 다른 이름 얼음새꽃
사람아,

난 모르겠네
동토에 핀 이 내 가슴

-양전형 시인의 ‘한라복수초’

시의 여운이 가슴에서 사라지기 전에 서란영님의 팬플루트연주가 숲을 가득 메운다. 아직은 새순도 피우지 못한 나목이지만 ‘바람의 노래’와 ‘산과 계곡을 넘어서’ 두 곡의 팬플루트 선율에 머지않아 숲은 잎이 무성한 신록으로 꽉 들어 찰 듯싶다. 

서란영 연주가의 팬플루트 연주 모습.
서란영 연주가의 팬플루트 연주 모습.

추운 날씨에도 공연을 위해 외투를 벗고 빨간 원피스만을 입고 공연하시는 프로의 진한 모습에 관객들도 감동받아 앵콜을 외치는데 앙증맞게 핀 변산바람꽃도 나도 질세라 뜨겁게 박수를 친다. 

앵콜곡인 SG 워너비의 ‘라라라’는 그 자리에 함께한 모두의 합창곡이 되었다. 예술이 흐르는 바람난장은 흥이 있으면 날씨에 상관없이 더욱 뜨겁게 불타오른다는 걸 다시금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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