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시인의 詩 낭송에 일출봉이 귀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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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시인과 함께하는 시낭송회

거대한 일출봉 앞 바람난장 열려  
시인을 존경하는 마음들이 모여
시낭송과 공연 펼치며 전율 느껴
지난 15일 서귀포시 성산포 오정개 해안에서 바람난장과 성산포문학회가 함께한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시인과 함께하는 시낭송회’가 열렸다.고은 作. 바다주기.
지난 15일 서귀포시 성산포 오정개 해안에서 바람난장과 성산포문학회가 함께한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시인과 함께하는 시낭송회’가 열렸다.고은 作. 바다주기.

성산포에서는/바다를 그릇에/담을 순 없지만/뚫어진 구멍마다/바다가 생긴다/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천연스럽게/바다가 생긴다.

일출봉 아래 오정개 해안에 이생진 시인의 시 19편이 시비로 조성돼 있다. 시비 공원에서 해마다 사월에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시인과 함께하는 시낭송회’가 열린다. 올해는 성산포문학회와 바람난장이 함께했다. 
이생진 시인이 1978년에 ‘그리운 바다 성산포’ 시집을 내면서 시집에 쓴 머리말 내용이다. 
“햇빛이 쨍쨍 쪼이는 날 어느 날이고 제주도 성산포에 가거든 이 시집을 가져가십시오. 이 시집의 고향은 성산포랍니다. 일출봉에서 우도 쪽을 바라보며 시집을 펴면 시집 속에 들어있는 활자들이 모두 바다로 뛰어들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 시집에서 시를 읽지 않고 바다에서 시를 읽을 것입니다. 그때 당신은 이 시집의 시를 읽는 것이 아니고 당신의 시를 읽는 것입니다. 성산포에 가거든 이 시집을 가지고 가십시오. 이 시집의 고향은 성산포랍니다. 그리고 이 시집을 바다에 묻힌 가난한 사람들에게 바친다.” 

이생진 시인.
이생진 시인.

이생진 시인은 명예도민이다. 이생진 시인은 20년 넘게 4월이면 제주를 찾아 제주의 아픔을 위로하고 있다.

전날부터 비가 와서 걱정했는데 행사 당일에는 비가 오다 그쳤다. 오전 10시에 다랑쉬 동굴에서 시혼제를 지내고 오후 2시에 성산포 오정개에서 다시 모여 행사를 하게 됐다. 

거대한 성산일출봉 앞에서는 말이 필요 없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시낭송회 장소로 이만큼 훌륭한 장소는 없을 것 같다. 이생진 시인은 95세이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곳곳의 섬을 다니며 시를 썼다.

이생진 시인을 흠모하는 모임인 진흠모회원들이 함께했다. 시낭송 모임인 시예랑의 대표 한옥례 시낭송가는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퍼포먼스와 함께 낭송했다. 이생진 시인을 모시고 무대로 나와 존경의 꽃을 전하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시예랑의 이미경 시낭송가는 이생진 시인의 시 ‘아내와 나 사이’시낭송 또한 즐거움을 줬다. 

이 자리에는 이종우 서귀포시장을 비롯해 성산읍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해 축하의 자리를 만들었다. 

성산한마음민속회의 물허벅 공연 모습.
성산한마음민속회의 물허벅 공연 모습.

성산한마음민속회 물허벅 공연으로 길트기를 시작으로 시낭송회가 시작됐다. 제주다움으로 시작한 공연이었다. 이날은 2009년에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시비 공원 조성에 많은 애를 써주셨던 정영기 이장에게 성산포 문학회 한용택 회장이 감사패를 드렸다. 

이혜정 시낭송가는 문충성 시인의 ‘제주바다’를 낭송했다. 시인은 제주 사람이 아니고는 진짜 제주 바다를 알 수 없다고 했다. 문충성 시인의 ‘제주 바다’는 제주를 담고 있다.  

‘그리운바다 성산포’ 이생진 시인과는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내가 제주시사랑회라는 시낭송회에서 활동 할 때 ‘시가 흐르는 산지천의 금요일’이라는 정기 시낭송회를 열고 있었다. 많은 시인과 함께했는데 그때도 이생진 시인이 몇 번 찾아와 주셨다. 시낭송가들은 한 번 이상은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낭송했을 것이다. 

서란영 팬플루트 연주자는 ‘외로운 양치기’와 ‘시인과 나’를 연주를 했다. 바람난장 행사 때마다 멋진 연주를 해주고 있다. 

바람난장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 단체사진.
바람난장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 단체사진.

이춘애 에어로폰 연주자의 ‘붓’과 ‘초연’이 연주됐다. 시낭송과 음악이 연주되면서 시낭송회는 이생진 시인에 대한 존경과 따뜻함으로 열기가 높아지고 있었다.

정성필 성산포문학회원의 제주어시 ‘항에 물 둥당게’를 성산포문학회 현복숙 시인이 낭송했다. 제주어 낭송으로 참여자들의 어색함도 사라지고 모두 즐겁게 시낭송회를 즐기게 됐다. 정성필 회원은 새소리로 아리랑을 공연하겠다고 나섰다.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애써 공연을 해주셨다.

성산초등학교 5학년 차윤솔 어린이는 이생진 시인의 시가 조금 어려웠을 텐데도 끝까지 낭독을 잘해줬다. 이생진 시인은 흐뭇하게 바라봐 줬다. 마을 어른들이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실감 나는 시간이었다. 

이정아 시낭송가는 김순이 시인의 ‘제주 바다는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를 낭송했다. 심하게 불어 온 바람이 시를 잡고 흔들고 시는 날아다녔다. 역시 바람난장이다. 바람이 없는 바람난장은 오히려 재미가 없을 것이다.

진흠모 이원옥 회원은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를 낭송해 줬다. 문지윤 첼리스트가 시낭송가들과 협업을 해줬다. 박연술 무용가와 함께하는 자리는 빛났다. 즉석에서 흔쾌히 첼로 연주를 해주신 예술가 문지윤 첼리스트에게 박수를 보낸다. 육필문학 관장이신 노희정 시인은 자작시 ‘촉’을 낭송했다. 

시낭송 하는 김정희 대표.
시낭송 하는 김정희 대표.

95세 나이에도 끄떡없이 카랑한 목소리로 시를 암송해서 낭송하는 이생진 시인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생진 시비 공원은 온통 시가 흘렀다. 2시간 동안 이뤄진 행사에 누구도 일찍 일어나서 가시는 사람이 없이 모두 하나가 돼 시낭송회를 즐기고 있는 모습들을 보았다. 난 마지막으로 이생진 시인의 ‘넋’이 새겨진 시비 앞에서 ‘넋’을 낭독했다. 시를 낭독하는데 온몸에 전율이 왔다. 한 해 한 해 제주에 오실 때마다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이생진 시인의 말을 들어서인지 시 낭독을 하는데 울컥했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진흠모의 구호가 마음에 들어서 제안했다. 

바다가 보이면 됐어! 됐어! 됐어! 모두가 하나가 돼 구호를 외쳤다. 

일출봉 아래 우리가 이 자리에 있으니까 됐어! 됐어! 됐어! 참 구호를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한다.

(글=김정희)

※다음 바람난장은 감귤꽃향기 나는 5월 6일 오전 11시 농장(귤밭·애월읍 어음리 2376번지)에서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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