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과 흥으로 동백동산의 얼굴이 발그레하다
멋과 흥으로 동백동산의 얼굴이 발그레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9) 동백동산을 설레게 하다 (上)

람사르습지 생태문화축제서 방문객과 난장 무대 펼쳐
공연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박수와 함성이 내내 쏟아져
지난 12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습지센터에서 람사르습지 동백동산 생태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박연술 제주연무용단이 행사장 무대에서 소고춤 공연을 선보였다.
지난 12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습지센터에서 람사르습지 동백동산 생태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박연술 제주연무용단이 행사장 무대에서 소고춤 공연을 선보였다.

울울창창이다. 몇 년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새 빽빽이 어우러져 키를 세웠고, 경쟁하듯 달려드는 푸른 질주가 짜릿하다. 여름의 절정을 준비하며 갓 세상을 열고 나온 연둣빛 향연을 힘주어 눈에 담는다. 눈이 맑아지는 듯 시원하다. 봄빛 싱그러움으로 가득한 행사장은 내가 사는 곳과는 달리 신선함이 살아있다. 나무의 덩치만큼이나 뿜어내는 향 또한 짙으니 큰 호흡으로 깊게 들이마셔 늦봄의 정취를 만끽한다.

예술이 흐르는 길 바람난장이 ‘람사르습지 동백동산 생태문화축제’ 행사장에서 펼쳐진다. 방문객들과 함께하며 그동안 묵혀두었던 일상을 예술로 풀어내려 한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이다. 축제장은 설렘과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출연진들은 예행 연습과 장비 점검으로 분주하고, 방문객들과 함께하는 행사 부스에서는 만들고, 그리고, 시식하며 체험을 즐기고 있다.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운영되고 있지만, 나는 이미 동백꽃 그리기 체험에 꽂혔다. 계절을 잊은 5월의 동백꽃이 검정 고무신에 피어 앙증맞게도 아기자기하다.

김정희 바람난장 대표의 인사말로 행사가 시작되니 제주 삶의 이야기를 무용으로 풀어내고 있는 ‘박연술 제주연무용단’(정옥남, 박영신, 고성미, 박진아)이 들머리 짓는다. 무용하면 왜 춤 선이 부드러워야 하고,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을까. 이번에 준비한 연무용단의 ‘멀찍어니 할락산은’은 고정국 시인의 작품에 곡을 붙여 소고춤으로 멋과 흥을 돋웠다. 그간의 무용 예술은 보고 느끼며 마음으로 감상했다면, 이번의 소고춤은 보고 듣고 느끼며 마음과 몸으로 관객과 함께하는 예술이었다. 소고 소리에 맞춰 발장단을 치고 흥겹게 리듬을 타니 관객도 무용단도 하나가 된다.

소고의 흥이 멈추니 새의 지저귐과 소곤소곤 체험하는 소리 그리고 주변 분위기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이 자연의 소리를 담아 이마리아 님이 폭포수 같은 시원한 고음으로 ‘O sole mio’와 ‘꽃구름 속에’를 열창한다. 전문가의 품위일까. 태양과 동백꽃에 어울리는 의상이 노래와 어우러져 빛을 발한다. 노래는 찬란한 태양과 진한 꽃향기를 뿌리며 동백동산을 가득 메웠고, 그 울림은 한라산에 맞닿을 듯 웅장했다.

사낭송을 하는 장순자.
사낭송을 하는 장순자.

겨우내 뿌려놓은 얼음 밭에서 
몇 날이나 짓이겨 마모된 허파를 갈아 끼우며 
느지막이 불씨 한 점 무는 
10촉 전구알처럼 
그때 처음 길들여진 구석기
나를 관통하는 절망이었네

믿겠느냐 너 때문이라면
널 사랑하게 만든 죄
무덤 속에 파묻겠다

날렵한 앞코 쳐들고
밑 빠진 식물 하나
묵은 잔설을 파헤치고 있다

김지연의 “너도바람꽃” 전문 

축제 분위기가 농익을 무렵 장순자 님의 ‘너도바람꽃’ 낭송이 동백동산 람사르습지의 여름을 재촉한다. 아직은 봄이라며 부드러운 바람을 안은 바람꽃이다. ‘겨우내 뿌려놓은 얼음 밭에서/ 몇 날이나 짓이겨 마모된 허파를 갈아 끼우며/ 느지막이 불씨 한 점 무는/ 10촉 전구알처럼//’ 얼음 밭에서 불씨 한 점 문 너도바람꽃, 네가 있어 우리 선조들은 봄이 왔음을 알았다. 혹한에서도 꿋꿋했던 너도바람꽃의 강인함, 너를 닮고 싶은 이유가 생겼다.

갓대금이 대금 연주를 하고 있다.
갓대금이 대금 연주를 하고 있다.

갓을 쓰고 도포 자락 휘날리며 등장한 갓대금이 ‘인연’과 ‘아름다운 나라’를 연주한다. 연주할 때마다 작은 갓 떨림이 리듬을 타니 우리도 공연에 빠져든다. 게다가 사뿐사뿐 내딛는 섬세한 발걸음이 마치 승무를 보는 듯하다. 도포 자락에 숨겨진 몸동작 또한 연주에 빨려들게 하는 까닭이다. 연주는 물론 의상과 동작 하나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은 프로정신에 관객도, 부스에서 행사 참여하던 체험객도 박수를 보낸다. 

바람난장 공연이라면 이 정도는 예의인 게다. 난장이 시작되자 부스 운영자들도 최소 인원만 남기고 모두가 함께한다. 순간순간 힘찬 응원의 박수와 어느 순간은 환호로, 때론 열열한 앙코르 요청으로 강한 여운을 터트리기도 했다. 노랫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우리 춤의 멋과 흥으로 바람난장을 압도하는 관객들이다. 
(글=고여생)

 

▲사회=김정희
▲노래=이마리아
▲무용=박연술 제주연무용단(정옥남, 박영신, 고성미, 박진아)
▲연주=갓대금, 전병규, 현희순
▲시낭송=김정희, 이정아, 장순자
▲색소폰=강섭근
▲사진=허영숙
▲영상=김종석
▲총감독=김정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