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쉬어 가는 곳’ 그림처럼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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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함덕문학회가 펼치는 바람난장 上

함덕해수욕장이라는 공간
어둠이 몰려드는 시간적 배경
행사장 메운 관광객 모습 ‘이채’
하모니카 선율이 여름밤으로 손짓
고향 함덕 배경 시들이 낭송돼
코발트 빛 바다를 한움큼 손으로 감싸안으며 이 작은 공간에도 빛이 흐른다. 노을 지는 함덕해수욕장에서 바람난장 공연이 펼쳐졌다.

코발트 빛 바다를 한움큼 손으로 감싸 안으면 이 작은 공간에도 빛이 흐른다. 노을이 하루를 마감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풀꽃 한 송이도 거저 피는 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오늘 바람난장을 두고 하는 말인듯싶다. 예술의 혼을 불사르는 열정을 가진 바람난장 팀들의 어우러진 춤사위만 보더라도 그 뜻을 알고도 남을 일이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관광객들의 모습들이 이채롭다. 모두들 힘들었던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하루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기고픈 마음이 보였다.

식전 행사로 팬플루트 연주가인 서란영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라라라‘dancing queen’ 두 곡을 연달아 연주해주었다. 관객들이랑 배우들이 하나같이 합창을 하며 흥을 돋웠다.

여는 시로는 문충성 시인의 제주바다를 바람난장 대표이자 시낭송가인 김정희님이 시포퍼먼스를 해주었다. 워낙 유명한 시라 무어라 덧붙일 말이 필요없겠지만 함덕해수욕장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노을이 질, 어둠이 몰려들 시간적 배경이 어우러져 제주바다가 낭송되자 그 분위기는 사뭇 진지해졌고 엄숙해졌다. 빠져든다는 표현이 적절할까? 아무튼 최고의 찬사가 아깝지 않을 지경이었다. 식전 행사부터 관객들과 예술가들이 하나 되어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지정자 하모니카 연주가가 ‘석양’을 연주하고 있다.

하모니카 연주가인 지정자님의 석양을 하모니카 연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함덕해수욕장 서편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하모니카의 선율이 함께한 모든 사람들을 여름밤으로 이끌었다.

현길호 제주특별자치도 의회 의원, 양정화 조천읍장, 한명용 함덕리장을 비롯해 바람난장을 찾아준 마을 관계자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는 김정희 바람난장 대표의 사회로 신명나는 난장이 시작되었다.

한문용 함덕문학회 회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함덕해수욕장에서 바람난장을 펼치게 되어 기쁘다는 말로 인사에 갈음하는 한문용 함덕문학회 회장의 인사에 이어서 함덕문학회가 펼치는 바람난장 첫 번째 순서로 양전형 시인의 을 연극인 강상훈, 정민자 두 분께서 제주어로 낭독해주었다. 구수한 제주 어가 정겹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귀한 놋수저를 엿바꿔 먹고 맘 졸였을 그 친구를 생각하노라니 저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정민자·강상훈 연극인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분석 심리학자인 칼 융(Carl G. Jung)은 자신의 운명이나 사명을 피하려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성향을 설명하면서 요나컴플렉스를 언급한다. ‘요나컴플렉스는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소년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후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공간의 시학에서 요나컴플렉스를 언급하는데 말인즉, 그것은 우리들이 어머니의 태반 속에 있을 때에 우리들의 무의식에 형성된 이미지로, 우리들이 어떤 공간에 감싸이듯 들어 있을 때 평안함과 평화로움을 느끼는 것을 요나컴플렉스라 하였다.

일종의 모태 회귀본능과 부활의 모티브를 주요 개념으로 요나컴플렉스를 이해한 것이다.

필자가 왜 장황하게 칼 융이나 바슐라르를 언급했냐 하면 그들이 말하는 요나컴플렉스가 고향의 이미지에 내재한 의미와 상통한 것 같아서이다. 함덕문학회의 회원들은 함덕이 고향이거나 함덕과 상당한 인연이 있는 분들이다. 이번 바람난장에 소개된 함덕문학회 회원들의 시에서도 고향 함덕을 배경으로 한 시들이 낭송되었다.

처음으로 낭송된 시는 서우봉 올레길이다. 함덕문학회 회원이자 시인인 임금택님이 낭송자로 나섰다. ‘서우봉 올레길은 한문용 시인의 시다. 그 전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참 오랜만에

서우봉 올레길을 걸었다

바람도 쉬어가는 벤치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오늘도 잔잔하다

놀에 붉게 물든

솔이파리 하나에도 정이 들었다

영성의 향기가

메아리처럼 울림되어 피어나면

물소리에도 계절은 깃들어

여지없이 여름밤은

백조가 은하수 위를 한가로이 날고

풀꽃에 뿌려주는 별무더기

꼬리치는 밤

이보다 좋을 순 없다

하늘이 열리는 밤엔

가없이 부풀어 오르는 가슴일 때면

억겁 고요는 고깃배 불빛 사이를 감싸 안았다

삶이 산허리 길목에서 잠시 쉬노라면

구구구

보금자리 찾는 비둘기 소리만

공허한 귓바퀴를 간지른다

파도를 빚는 슬기를 배워

욕망의 여울목을 뛰어넘을 때마다

넋을 바로 세웠으니

세상이 내 아래 있다

한문용 서우봉 올레길전문

 

평화가 깃든 시다. 바람도 쉬어가고, 잔잔한 바다, 놀에 붉게 물든 솔이파리, 영성의 향기, 여름밤 하늘의 별무더기, 억겁 고요가 깃든 곳, 속세를 벗어나 평온에 들게 하는 곳이 서우봉 올레길이다. 고향 함덕에 있는 오름을 오르내리며 시인의 평온한 일상을 잘 노래한 시라 할 수 있겠다. ‘요나컴플렉스의 전형이다.

바람도 쉬어 가는 곳아름다운 서우봉의 일상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 냈다.

임금택님의 낮게 깔린 중저음의 듣기 좋은 목소리로 낭송한다. 사시사철 꽃을 피워내는 서우봉 올레길을 걸으며 느꼈던 설렘을 놀에 붉게 물든/솔 이파리/하나에도 정이 들었다/ 라는 필자의 서우봉 사랑을 노래한 시이다.

=이지민(시인·함덕문학회 회원)·김창호(시인·함덕문학회 회원)

 

연주=서란영·지정자·성동경 노래=윤경희 낭독=정민자·강상훈

시낭송=임금택·부진섭·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장순자) 사진=허영숙

영상=김바다 음향감독=장병일 총감독=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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