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피워낸 꽃, 문학의 향기를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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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함덕문학회가 펼치는 바람난장 下
함덕해수욕장 해안과 접한 서우봉…신기한 거북이 형상
팬플루트·노래·시 낭송…여름바다 풍경 속 4·3의 아픔도
전통적인 채색기법을 벗어나 작가만의 화법으로 대상을 단순화시키고, 여백의 미를 살려 서우봉의 감성을 담아 냈다. 고은 作 ‘서우봉’
전통적인 채색기법을 벗어나 작가만의 화법으로 대상을 단순화시키고, 여백의 미를 살려 서우봉의 감성을 담아 냈다. 고은 作 ‘서우봉’

서우봉은 함덕해수욕장과 접해 해안에 위치한 봉우리다.  서우봉의 형상을 보면 소의 등어리 형상을 하고 있다. 바다 쪽에서 뭍으로 올라오는 듯한 형상이다. 

특이한 것은 오름 속 숲의 형상은 거북이 형상를 그린다는 것이다. 필자가 서우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봤는데, 오름의 숲이 바다로 나가는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어 신기함을 느낀 적이 있다.  

다음 낭송시는 함덕문학회 회원인 부진섭 수필가가 낭송한 이지민님의 ‘서우봉에도 봄은 오고’이다.

 

고즈넉했던 산자락 해묵은 그루터기
쌉싸름한 슬픔이 되어 돌아왔다
안개가 길을 거둔 서우봉엔
똬리 튼 진한 아픔 하나
지난한 여정을 그리고

층계를 오르면
기억이 던져놓은 한 무더기의 수다가
세월을 지고 터벅터벅 따라오는데
말 못하고 부서져 버린 능선엔
바라보는 시선도 연한 물빛이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추억이
흘깃 눈길만 줘도 터져버릴 듯 부푼 봄의 속내
매듭진 경계가 풀리듯 또 영락없이
봄이 오고야 말겠지만

이지민 ‘서우봉에도 봄은 오고’ 전문

 

고즈넉한 산자락이 이 시의 공간이다. 여기도 고요가 잠재한다. 고요가 주는 평온은 ‘요나컴플렉스’의 개념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평온에서 시인의 감성은 슬픔과 아픔, 지난한 여정으로 피폐하다. 일종의 엄지손가락을 빠는 파행적인 행위다. 이 시에서 재생의 이미지, 부활의 모티브는 ‘봄’인 듯하다. ‘봄이 오고야 말겠지만’ 이라고 끝낸 시의 말미는 독자를 혼돈에 빠지게 한다. 부활을 하겠지만 평온(고즈넉한 산자락) 속 슬픔, 아픔, 지난한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는 뜻일까? ‘추억’ 때문일 것이다. ‘추억이/흘깃 눈길만 줘도 터져버릴 듯 부푼 봄의 속내’ 그래 ‘봄은 오고야 말겠지만’이라고 시인은 노래할 수 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봄을 맞이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마음으로 애잔한 감정을 실어 낭송 해주셨다. 낭송 내내 기나긴 봄을 기다리는 그들의 속내를 읽는 듯하다. 부진섭 수필가는 시를 낭송하려고 준비를 한듯하다. 암송하여 낭송하는 모습이 감사했다.

서란영이 팬플루트을 연주하고 있다.
서란영이 팬플루트을 연주하고 있다.

식전 행사에서 감미로움을 선사했던 서란영 팬플루트 연주가가 이번엔 바다를 배경으로 ‘영일만 친구’ 와 ‘밤하늘의 트럼펫’ 노래를 들려주었다. 관객들의 반응은 축제였다. 몇몇 관객들이 흥에 겨워 나와서 춤을 추기도 했다. 여름밤바다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경이었다.

시 낭송에 이어 성악가 윤경희님의 ‘밤배’ 노래가 잔잔한 선율을 타고 흐른다. 사람들은 노랫소리에 이끌려 모였다. 서로 어깨를 기울이며 몸을 움직였다. 노래도 흥얼 거렸다. 모래사장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은 하나가 되어 서로 손잡고 서 있거나 계단에 앉아서 함께했다. 그 열기로 무대가 후끈 달아오른다.

또다시 이어지는 시 낭송 김수철 시인의 ‘검은여에 머문 자리’를 이정아 시낭송가의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백영옥 시인의 시 ‘서우봉 앞바다’를 장순자 낭송가의 차분한 목소리로 낭송해주었다. 

윤경희가 노래 ‘밤배’를 들려주고 있다.
윤경희가 노래 ‘밤배’를 들려주고 있다.

시 낭송가는 목소리도 타고 나야 하는가 보다는 생각을 했다.  시낭송하는 내내 시선이 고정돼 멈출 수가 없었다. ‘개떡같이 쓴 시도 찰떡같이 낭송하면 그 시가 살아난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기도 했다. 그만큼 낭송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번 행사는 장소가 함덕인 까닭에 유독 서우봉에 관한 시들이 많이 낭송됐다. 그만큼 서우봉엔 아픈 시간들이 자리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까닭이다. 함덕문학회에서 4·3주간을 맞이해 서우봉을 주제로 한 시들을 지어 함덕문학지에 실었던 시들 중에서 발췌했다. 

감미로운 선율로 청중을 압도한 성동경 연주가의 색소폰 연주는 아름다운 바다 함덕을 웅장함과 은은함으로 물들이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우리 모두는 박수 갈채와 함께 앵콜을 외쳤다. 화답하는 연주가의 열의가 기쁘다. 7시에 시작한 바람난장은 8시가 되면서 어둠이 내려앉았다. 어둠 속에서 연주되는 색소폰 연주는 여름 밤바다와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바람난장이 함덕 문학회가 펼치는 바람난장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람난장이 함덕 문학회가 펼치는 바람난장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누구도 그 자리를 떠나려 하진 않았다. 함덕문학이 펼치는 바람난장의 마지막은 관객시낭송이었다. 대구에서 오셨다는 장석구 관객님은 자신이 쓴 자작시라며 낭송을 해보고 싶어서 신청을 하셨다. 마지막으로 함덕문학회의 김창호 시인의 시 ‘다시 쓰는 시’를 관객으로 오신 분들에게 낭독해 주기를 청했다. 관객으로 오신 한라산 문학동인 회원이신 조선희 시인이 낭송해 주셨는데 관객이 시인의 시를 낭송해 주는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뭐니뭐니 해도 오늘 함덕문학이 펼치는 바람난장은 날씨가 다했다. 아마도 뛰어난 재주들을 가진 예술가들이 아무 조건없이 재능을 기부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만드는데 한 몫해 하늘도 감동하지 않았나 싶다. 하루를 마친 노을이 저만치 지고 있었다. 

글=이지민(시인, 함덕문학회 회원) 김창호(시인, 함덕문학회 회원)

▲연주=서란영·지정자·성동경 ▲노래=윤경희 ▲낭독=정민자·강상훈  ▲그림=고은 ▲시낭송=임금택·부진섭·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장순자) ▲사진=허영숙 ▲영상=김바다 ▲음향감독=장병일 ▲총감독=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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